설 명절을 앞두고 김보라 안성시장이 지난 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짧은 글 한 편이 지역사회의 조용한 파문을 낳고 있다. 화려한 정책도, 거창한 성과도 아닌 오롯이 가족에 대한 고백이었다. 그러나 그 담담한 문장들 속에는 한 정치인이 지나온 시간의 무게와, 그 시간을 함께 견뎌낸 이들의 침묵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김보라 시장이 2014년 경기도의원으로 첫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가족의 일상 역시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 시절 중학생이던 아들이 "엄마가 정치하니까 공부도 잘해야 하고 친구와도 싸우면 안 되느냐"고 물었다는 내용은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달라질 필요 없다"는 어머니의 대답은 단호했지만, 세월이 흐른 뒤에야 그 말이 얼마나 힘든 대답이었는지 알 수 있다. 아이의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사회가 정치인의 가족에게 요구하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이기 때문이다.
김 시장의 남편 최병찬 씨의 삶 또한 농업과 농촌을 향한 신념으로 지역에 내려와 20여 년을 일했던 한 사람이, 배우자의 공직 이후 스스로 자리를 비켜서는 선택을 한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결단이 아니다. 이해충돌을 피하기 위한 거리 두기, 구설을 막기 위한 침묵, 그리고 지역을 떠나는 시간들. 그 모든 과정은 기록되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희생이다. 우리는 종종 공직자의 윤리를 말하지만, 그 윤리가 가족의 삶 위에 어떻게 가슴에 와닿는지는 무심했다.
김 시장이 기억하는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던 아버지가 끝까지 더 또렷이 알아본 사람이 사위, 주말마다 장을 보고 김장을 담그는 평범한 일상, "좋은 사위를 얻은 것이 가장 큰 효도"라는 어머니의 농담. 바로 그런 장면들이야말로 정치가 미처 설명하지 못하는 삶의 진실을 말해준다.
정치인의 SNS는 흔히 계산된 메시지의 통로가 되지만, 그러나 이번 글은 달랐다. 문장은 짧았지만 의도는 길었고, 표현은 소박했지만 울림은 깊었다. 시민이 정치에서 기대하는 것도 어쩌면 이런 진정성인지 모른다. 거창한 약속보다 삶의 무게를 아는 태도. 그것이 무너진 신뢰를 다시 세우는 가장 느리지만 확실한 길이다.
한 가정의 식탁 위에, 한 아이의 질문 속에, 한 배우자의 말 없는 지원 속에 그래서 좋은 정치는 결국 좋은 삶에서 시작된다. 가족에게조차 떳떳하지 못한 공직자는 시민에게 신뢰를 얻을 수는 없다. 반대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미안함을 아는 정치라면, 그 출발은 이미 다르다.
우리는 누구의 희생 위에서 오늘을 살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고마움을 제대로 말해본 적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김보라 안성시장의 고백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치의 말로 포장되지 않은 진심, 그 단순한 힘 때문이다.
결국 정치가 지향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화려함이 아니라 성실함으로, 경쟁이 아니라 책임으로 나아가는 것. 말보다 시간을 통해 증명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심불망(眞心不忘: 진심을 다한 마음은 잊히지 않는다)이다. 정치는 권력이 아니라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을 지키지 못하는 정치는 오래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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