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실기업을 신속하고 엄정하게 시장에서 퇴출하기 위한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한다. 상장 유지 문턱을 높이고 심사 절차를 단축해 시장 건전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당장 올해 코스닥 상장폐지 대상 기업이 세 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2일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2027년 6월까지 '상장폐지 집중관리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4대 상장폐지 요건 강화다. 이는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동일하게 적용한다. 우선 시가총액 기준을 상향한다. 당초 매년 단계적으로 올릴 계획이었으나 이를 매반기 단위로 앞당긴다.
이에 따라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상장폐지 기준을 현재 150억원에서 7월 1일 200억원, 2027년 1월 300억원으로 상향한다. 코스피 상장폐지 기준은 올해 7월 300억원, 내년 1월 500억원으로 문턱을 높인다.
일시적 주가띄우기를 통해 상장폐지를 회피할 수 없도록 세부 적용기준과 시장감시도 강화한다. 현재는 30거래일 연속 시가총액 기준 하회시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10거래일 및 누적 30거래일 시가총액 기준을 상회하면 상장폐지되지 않는다. 앞으로는 관리종목 지정 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45거래일 시총 기준을 상회하지 못하면 즉시 상장폐지한다.
주가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도 퇴출 요건으로 신설한다. 오는 7월 1일부터 상장폐지 대상으로 하고 액면병합을 통한 우회를 방지하기 위해 병합 후 주가가 액면가에 못 미치는 경우 역시 요건에 해당한다.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인 경우 관리종목 지정, 이후 90거래일 간 45거래일 연속 1000원 이상이 되지 못하면 최종 상장폐지한다.
완전자본잠식 요건도 강화한다. 현재는 사업연도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만 상장폐지 요건이지만, 앞으로는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도 실질심사 대상에 추가한다. 기업 계속성 등을 종합 심사한 뒤 퇴출 여부를 결정한다.
공시위반 제재 역시 엄격해진다. 최근 1년간 공시벌점 누적 15점이던 기준을 10점으로 낮춘다. 중대하고 고의적인 공시위반은 단 한 차례만으로도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포함한다.
절차도 효율적으로 손질한다. 코스닥 기업이 실질심사에서 부여받을 수 있는 최대 개선기간을 1년 6개월에서 1년으로 줄인다. 상장폐지 가처분 소송이 급증할 가능성에 대비해 법원과 협의도 추진한다.
거래소의 단순 시뮬레이션 결과 올해 코스닥 상장폐지 대상 기업은 기존 50개 안팎에서 약 150개사로 늘어날 수 있다. 제도 강화가 현실화하면 한계기업 정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상장폐지 집중관리단을 구성하고 기존 3개 상폐심사팀에 1개 팀을 추가해 총 4개 팀, 20명 체제로 심사를 강화한다. 또 거래소 경영평가시 코스닥본부의 경우 집중관리기간 실적에 가중치를 부여할 예정이다. 현재 상폐 관련 평가 항목은 없으나 향후 20%의 가중치를 부여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실기업이 신속·엄정하게 퇴출되면, 그 빈자리에 유망한 혁신기업들이 원활히 상장되도록 상장제도 개선도 병행한다"며 "이와 함께 국내 거래소가 글로벌 수준으로 혁신하고, 성장·혁신 기업의 허브이자 아시아 거점 거래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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