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부동산 과대성장국가로의 타락을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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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창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조선을 개국한 정도전은 630여 년 전 부동산 문제에 따른 나라의 붕괴를 다음처럼 몹시도 한탄하였다. “토지제도가 무너져 부자는 밭두둑이 잇닿을 만큼 토지가 많아지고, 가난한 사람은 송곳을 꽂을 땅도 없게 되었다. 가난한 사람은 일년 내내 부지런하고 고생해도 오히려 먹을 것이 부족하고, 부자는 편히 앉아서 소출의 태반을 가져간다. 나라는 팔짱을 끼고 구경만 한다.”

기술과 문명이 놀랍도록 발전했으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동산의 병폐에 대한 경고는 끊이지 않는다. 우리도 630여 년이 흐른 지금이라고 딱히 나아진 것 같지 않다. 부동산 불평등은 폭발 일보 직전에 있고, 국부의 부동산 편중은 개선될 기미가 아예 없다. 서울에서는 주택 1평에 2억원이 넘는 곳이 속출하나 집 없는 가구도 961만 가구에 이른다. 39세 이하 청년 무주택가구는 361만 가구이고, 서울에서 이들의 주택소유율은 17.9%에 그친다.

서울은 정상적인 노동을 통해서는 살 수 없는 도시가 됐다. 필자가 추계한 주택거래에 따른 실현 불로소득은 서울이 64.6%, 수도권이 82.8%를 독차지하고, 제2의 경제권이라고 하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은 고작 4.9%에 불과하다. 2024년 국민순자산은 2경4105조원이며, 이 중 토지·건설자산이 전체의 87.4%를 차지하는 반면, 지식재산은 770조원 3.4%에 불과하다.

이렇듯 부동산 과대성장국가 특성 때문에 좁은 국토는 더욱 좁게 쓰게 되고, 부동산 문제만 커졌다. 사정이 이런데도 부동산 개혁에 대한 저항은 늘 거세다. 그러나 부동산 거품과 붕괴는 늘 반복되고, 경제금융위기 또한 항상 수반된다. OECD가 15개국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주식시장과 달리 부동산시장의 거품붕괴 확률이 55%에 이른다.

미국, 일본, 스페인 등 주요 선진국에서 20세기 후반부터 반복되는 거품붕괴에 따른 결과는 처참하다. 일본은 인류 역사상 가장 놀라운 부동산 거품을 경험하였다. 1980년대 말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미국 영토의 3.5%에 불과한 일본 땅을 팔면 미국 서너 번은 살 수 있다는 말이 성행하였다. 천정부지로 오른 주택가격으로 급기야 100년 만기 3세대에 걸쳐 상환하는 주택대출 상품도 출시하여 주택매입에 열을 올렸다. 그러다 1991년을 정점으로 거품이 터졌고, 맹독이 되어 돌아왔다. 1994년 일본의 GDP가 5조 달러였는데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5조 달러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 인구학적으로는 희망도 역동성도 현저히 떨어진 ‘사토리 세대’를 낳았다.

이제 주택은 본래 역할인 주거서비스 기능을 회복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근본적인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부동산 거래 질서를 일상적으로 확립하기 위한 부동산감독원의 설치, 불로소득의 철저한 환수와 자본주의적 노동윤리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우선시돼야 한다. 또한 만성적인 투기의 근절과 중산층·청년세대의 주거사다리 강화를 위해서는 과도한 분양 차익을 일부 수분양자가 독식하는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임차인의 대항력있는 주거권 보장을 더욱 강화하고, 기회의 지리적 균등성을 보장하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필수적이다. 부동산 제도 개혁을 더는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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