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 컬럼- 병력에서 두뇌로] 4회 인구절벽 시대, 국방의 경쟁력은 인재다

  • ― 병력이 아니라 사람을 설계하라

군 과학화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는 기술도, 예산도 아니다. 사람이다.
아무리 제도와 공간을 갖춰도, 그 안으로 들어올 인재가 없다면 군 과학화는 구호로 끝난다. 인구절벽이 본격화되는 지금, 국방이 마주한 가장 큰 위기는 병력 감소 그 자체가 아니라 우수 인재가 군을 선택하지 않는 구조다.


이재명 대통령이 “군 복무 시간이 청춘을 낭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첨단 기술을 익히는 기회가 되도록 바꾸겠다”고 밝힌 것도 이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드론 전문 부대, 연구 부대 구상은 단순한 병역 제도 조정이 아니다. 군을 인재가 모이고 머무를 수 있는 조직으로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인재는 선언으로 오지 않는다. 경로로 움직인다.
지금 한국에서 최상위 이공계 인재에게 군 복무는 여전히 ‘경력 공백’으로 인식된다. 연구는 끊기고, 복무 경험은 민간 커리어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는다. 이 상태에서 아무리 군 과학화를 외쳐도, 글로벌 인재 경쟁에서 군은 선택지로 올라서기 어렵다. 문제는 개인의 애국심이 아니라 국가의 설계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9일현지시각 사우디 리야드에서 사우디 세계방산전시회WDS에 참가한 한국 방산 중소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9일(현지시각) 사우디 리야드에서 사우디 세계방산전시회(WDS)에 참가한 한국 방산 중소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외 사례는 이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미국에서는 군 복무가 인재 소모의 시간이 아니라, 경력의 일부로 설계돼 있다. 군 연구 생태계에서 장교와 과학자들은 장기 연구 트랙을 통해 대학과 연구소, 민간 기업을 오간다. 군 복무 경험은 이후 커리어에서 불리한 이력이 아니라, 복잡한 시스템을 다뤄본 증거로 평가된다. 군은 인재를 잃지 않고 순환시킨다.


이스라엘의 사례는 더 극명하다. Israel Defense Forces에서 기술 부대 복무는 최고의 커리어 패스 중 하나다. 군 복무 중 수행한 프로젝트와 문제 해결 경험은 전역과 동시에 창업과 첨단 기업 취업으로 이어진다. 군은 인재의 시간을 소비하지 않는다. 인재의 가치를 증폭시키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그래서 군 복무는 경력 단절이 아니라 경력 가속이다.


유럽도 방향은 같다. 프랑스와 독일은 군 출신 과학기술 인력이 공공 연구기관과 산업계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왔다. 군과 민간의 경계는 낮고, 경력의 연속성은 보장된다. 이들 사회에서 군 복무는 ‘별도의 시간’이 아니라, 국가 연구 경로의 한 구간이다.


이 국제적 흐름을 기준으로 보면, 육사와 태릉CC를 묶은 군사과학 복합캠퍼스의 의미는 분명해진다. 이 공간은 단순한 연구단지가 아니다. 군 복무를 최고 수준의 연구·실증 경험으로 전환하는 경로 설계 장치다. 육사에서 전략과 과학을 배우고, 태릉CC에서 실제 기술을 시험하며, 그 경험이 민간과 학계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군 복무는 더 이상 공백이 아니다.


최상위 인재들이 조직을 선택할 때 보는 기준은 단순하지 않다. 연봉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이 보는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연구와 문제 해결의 자율성.
둘째, 장기 커리어의 연결성.
셋째, 사회적 인정과 명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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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트북LM]


군사과학 복합캠퍼스는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설계할 수 있는 드문 플랫폼이다. 군 복무가 ‘의무’가 아니라, 선택 가능한 최고의 경험이 될 수 있다면 국방은 인재 경쟁에서 완전히 다른 위치에 서게 된다.


인구절벽 시대에 병력 중심 국방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숫자를 채우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안보를 담보할 수 없다. 이제 국방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병력을 보유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뛰어난 인재가 군에 들어오고 남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조건을 설계하는 책임은 국가에 있다.


이 지점에서 태릉CC에 아파트를 짓는 선택은 다시 질문받아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주택 공급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국방이 인재 경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을 스스로 포기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주택 수요는 다른 방식으로 풀 수 있다. 그러나 군 복무를 ‘세계적 수준의 과학기술 경험’으로 바꿀 수 있는 구조는 흔치 않다.


군을 존중하는 사회란, 군인에게 고생을 요구하는 사회가 아니다.
군에서의 시간이 쓸모 있고, 의미 있고, 미래로 이어지도록 설계하는 사회다.
인구절벽 시대의 국방은 병력이 아니라 인재로 설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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