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100년물까지 꺼냈다...AI 패권전쟁에 빅테크 '1천조 빚투'

  • 현금으론 부족한 AI 투자...채권시장으로 몰리는 하이퍼스케일러들

사진챗지피티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챗지피티로 생성한 이미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장을 위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해 전례 없는 규모의 차입에 나서며 '빚투(빚내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수백조 원대 자본지출 계획 속에 100년 만기 채권까지 거론되며 AI 경쟁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빅테크와 주요 공급업체들은 올해 AI 인프라에 약 7000억달러(약 10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막대한 투자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기업들은 자체 현금흐름을 넘어 채권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빠르게 높이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올해 최대 1850억달러(약 270조원)의 설비투자를 예고한 가운데 이날 15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나아가 알파벳은 영국 파운드화 기준 100년 만기 채권, 이른바 '센추리본드' 발행 가능성까지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FT와 블룸버그는 이를 '드문'(rare), '매우 드문'(very rare)이라고 표현했다.

블룸버그는 자체 집계를 인용하며 "모토로라가 1997년 이와 같은 유형의 채권을 발행한 이후 기술기업이 이처럼 극단적인 만기의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FT는 기술 분야 대기업 대부분이 최대 4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면서 IBM이 30년 전인 1996년에 10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한 것이 마지막 사례로 꼽힌다고 짚었다.

FT는 "센추리본드는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시기에 오스트리아와 아르헨티나 같은 정부를 포함해 다수 발행된 적이 있지만, 가장 극단적인 장기 차입 형태로 매우 드물다"고 짚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각국 정부를 제외할 경우 파운드화로 10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한 곳은 옥스퍼드대, 프랑스전력공사(EDF), 자선단체 웰컴트러스트 등 3곳이다.

일반 기업의 경우 인수합병 가능성과 기술 변화 속도를 고려할 때 100년 만기 채권은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소매업체 J.C.페니가 100년물 채권 발행 23년 만인 2020년 파산을 신청한 사례를 언급하며 장기 채권의 리스크를 짚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룸버그는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조달해야 할 자금 규모가 커지면서 100년물과 같은 "극히 드문(ultra-rare)" 거래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IT 업계에서 100년물 발행은 1996년 IBM 이후 사실상 전례를 찾기 어렵다. 이 같은 초장기채 발행 시도는 알파벳이 수십 년 뒤에도 AI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남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채권시장에 드러낸 행보로 해석된다.

이 같은 차입 확대는 알파벳만의 일이 아니다.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들은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확보를 위해 지난해에만 1650억달러를 차입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들의 올해 차입 규모가 4000억달러(약 58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FT는 알파벳과 아마존, 메타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자본지출 계획을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며, 현금흐름만으로 전례 없는 지출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AI 스타트업들은 다른 방식의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xAI는 전통적인 회사채 대신 사모 대출을 활용해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로부터 34억달러 조달을 추진 중이다. 특수목적법인(SPV)이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구매해 xAI에 임대하는 구조로, 신용도가 낮은 스타트업의 한계를 우회한 방식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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