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 행정통합을 둘러싼 갈등이 무안에서 정면으로 분출됐다. 통합의 상징이 될 ‘청사 위치’를 두고 광주와 전남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통합 논의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지역 간 분열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26일 무안읍 승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도민공청회에는 군민 600여 명이 몰리며 회관을 2층까지 가득 채웠다. 설명과 질의가 오가는 내내 현장은 사실상 ‘책임 공방의 장’으로 변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김영록 전남지사, 김대중 전남교육감, 김산 무안군수, 전남도의원과 무안군의회 의장 등이 참석해 행정통합 추진 배경과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도는 통합을 통해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주민들의 관심은 ‘통합 이후 누가, 무엇을 책임질 것인가’에 집중됐다.
김영록 지사는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를 넘기 위해 광역 단위 행정 혁신이 필요하다”며 통합 추진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했다. 추진 경과와 향후 일정, 통합 시 적용될 특례 사항도 함께 제시했다.
그러나 질의응답이 시작되자 공청회장은 곧장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역별로 주민들의 우려는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생활에 미칠 직접적 손실’을 문제 삼았다.
남악신도시에 거주 중이라는 한 주민은 “행정통합이 되면 전남도청 신청사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통합 논의가 속도전으로 가는 것 같아 더 불안하다”며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보완책이나 법적 안전장치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은 “통합 시 6·3 지방선거에서 선출될 통합시장의 첫 출근지는 어디이며, 주 근무지는 어디가 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김 지사는 “당연히 전남지사로서 전남으로 출근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발언은 같은 날 오전 강기정 광주시장이 밝힌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며 논란을 키웠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날 오전 광주시청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누가 보더라도 합리적인 안으로 청사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면 통합 청사는 광주로 정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전날 김영록 전남지사와 지역 국회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도출된 ‘명칭은 광주전남특별시, 주청사는 무안 전남도청’이라는 잠정 합의안과 다른 입장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강 시장은 “현행은 조례로 정할 수 있다고 했지만, 청사 소재지 문제는 법에 광주로 명확히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청사를 광주로 한다면 명칭은 ‘광주전남특별시’, ‘전남광주특별시’, ‘광주특별시’ 등 어떤 안도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광주, 무안, 동부권(순천) 등 3개 청사를 균형 있게 운영하되 주소재지를 전남으로 한다는 가안이 언론과 시도민에게 ‘특별시청은 무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남도청 이전으로 인한 도심 공동화 트라우마가 광주에 있다. 동시에 동부권 주민들에게도 크게 다가올 문제”라고 덧붙였다.
강 시장은 “청사 위치와 명칭을 함께 논의하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와 같아 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며 “어제 그 상자가 열리면서 논란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무안 공청회에서 전남도는 “통합 과정에서 무안 지역의 위상과 기능이 약화되지 않도록 특례와 보완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구두 약속이 아니라 법과 제도로 명확히 보장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공청회는 전남·광주 행정통합이 단순한 행정 효율 논쟁을 넘어 △부동산 가치 △행정 접근성 △재정 부담 등 주민 생활 전반과 직결된 사안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통합의 명분’을 강조하는 행정과 ‘생활의 책임’을 묻는 주민들, 그리고 청사 위치를 둘러싼 광주와 전남의 입장 차가 겹치며 통합 논의는 출발선부터 깊은 진흙탕에 빠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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