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기업 클수록 규제 강화...제도 재설계 목소리

  • 기업 규모별 차등규제 343건 존재...149건 추가 발의

  • "글로벌 경쟁 환경에 맞는 제도 패러다임 재설계 절실"

대한상공회의소 전경 사진대한상의
대한상공회의소 전경 [사진=대한상의]
대한상공회의소가 22대 국회 출범 이후 발의된 1021개 법안 중 기업 규모에 따라 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내용의 법안이 총 149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성장할수록 부담이 늘어나는 제도 환경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주장했다.

현행 12개 법률상 기업 규모별 차등규제는 이미 343건이나 존재한다. 12개 법률엔 상법, 자본시장법, 외부감사법, 공정거래법, 중견기업법, 금융지주회사법, 금융복합기업집단법, 유통산업발전법, 상생협력법,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조세특례제한법이 해당된다.

이번에 발의된 차등규제는 특정 규모 이상 기업에만 의무를 부과하는 '규제증가 유형'과 규모가 클수록 각종 혜택을 줄이는 '혜택축소 유형'으로 구분된다. 두 유형 모두 기업이 규모 확대를 통해 성장할 유인을 약화시키는 공통된 문제를 안고 있다. 

◆규제 증가형 차등규제 법안...기업 성장할수록 옥죄어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규제 증가형' 차등규제 법안은 총 94건이다. 규제 증가형은 일정 규모의 자산이나 종업원 수 이상 기업에만 추가적인 법적 책임을 지우는 방식이다.

법률별로는 상법이 65건으로 가장 많았고 유통산업발전법(12건), 산업안전보건법(7건), 공정거래법(6건) 순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금융지주회사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 자본시장법 등 다양한 법률에서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한 규제 부과 조항이 포함돼 기업활동 전반에 걸쳐 규모 기준 규제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상법은 현 정부 들어 개정 논의가 집중되면서 기업 규모별 차등규제가 가장 많이 발의된 분야로 꼽혔다.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에만 전자주주총회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임 확대 등 지배구조·의사결정 관련 의무를 추가로 부과하는 내용이 집중적으로 발의됐다. 

상의는 유통산업발전법 역시 대형 점포에만 적용되는 의무휴업 등을 부과하는 방식이 여전히 과거의 소비 행태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온라인·모바일을 중심으로 소비 구조가 급변한 상황에서, 특정 규모의 오프라인 유통업체만을 대상으로 한 규제는 실효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혜택 축소형 차등규제 법안...기업 성장할수록 세제 혜택 줄어

'혜택 축소형' 차등규제 역시 22대 국회에서 55건 발의됐다. 이 유형은 일정 요건을 충족한 기업에 세액공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기업 규모에 따라 공제율을 달리하는 방식이다. 중소·중견기업에만 혜택을 부여하거나, 대기업에 대해서는 공제 수준을 대폭 낮추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혜택 축소형 차등규제는 조세특례제한법에 집중되어 있었다. 연구개발(R&D), 시설투자, 특정 기술개발 등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되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간 공제율을 차등 적용하거나 아예 중소·중견기업만을 대상으로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상의는 이러한 제도 설계가 효율성과 전략성 측면에서 한계를 지닌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해외 기업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 주체는 대기업인데, 정작 세제 혜택은 제한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간 형평성에 초점을 맞춘 설계가 글로벌 경쟁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의는 미국 IRA 법안 등 주요국의 세제 지원 사례를 보더라도 기업 규모에 따라 혜택을 차등하는 방식은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글로벌 경쟁 환경에 맞는 세제지원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성장 억제 구조 벗어나야...정책 목적·산업 특성에 맞는 규제 필요

상의는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규제와 혜택을 기계적으로 구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책 목적과 산업 특성에 맞는 규제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존재하는 기준을 별다른 검증 없이 반복·확장하는 입법 관행이 지속될 경우 기업의 성장을 억제하는 구조가 더욱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글로벌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규제와 혜택을 나누는 방식은 더 이상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 아니다"라며 "누적된 규모별 차등 규제를 전면 재점검하고,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제도 패러다임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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