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경호 철강협회 부회장 "K-철강, 탄소중립이 생존 가를 것...정부 지원 관건"

  • [인터뷰] 이경호 한국철강협회 상근부회장

  • 韓철강, 탄소중립 환경 규제로 '복합 위기' 직면

  • 신흥국 중심 수출전략으로 재도약 기회 엿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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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철강협회 상근부회장 [사진=한국철강협회]
국내 철강산업이 구조적 변곡점에 서 있다. 글로벌 공급과잉과 보호무역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탄소중립 달성 부담까지 더해지며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호 한국철강협회 상근부회장은 "탄소중립은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며 "정부 차원의 전략적 지원 없이는 국제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 부회장은 5일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철강산업이 위기를 딛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탈탄소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환경 규제는 철강업계의 새로운 무역 장벽이 되고 있다"며 "이미 주요국들이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탈탄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우리도 전략적인 대응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1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된 EU CBAM으로 인해 국내 철강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미국발 관세 등 복합적 위기로 이미 수익성이 크게 훼손된 상황에서 탈탄소 전환 압박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CBAM은 철강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에 따라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로, 사실상 관세와 동일한 효과를 낸다. 철강은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산업이다. 고로 중심의 생산 구조상 탄소 배출을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줄이기 어렵고, 탈탄소 설비 전환에는 막대한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EU CBAM 본격 시행으로 한국 철강업계는 올해부터 10년간 약 3조원 이상의 인증서 구매 비용 부담이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철강산업이 복합위기에 직면해 있는 만큼 민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탈탄소 전환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탈탄소 대응을 위해 일본은 녹색전환(GX) 기금을 통해 10년간 철강 산업에 3조엔(약 27조원) 이상을, EU 역시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자국 철강사에 지원하며 탈탄소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며 "한국도 이에 상응하는 전략적 대응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철강협회도 탈탄소 전환을 산업 공동 대응 과제로 인식하고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EU CBAM과 관련해 민관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제도 도입 과정과 세부 기준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정부와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탄소 배출 산정 방식과 검증 기준이 기업 부담으로 직결되는 만큼, 업계 의견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조율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협회는 안정적인 철스크랩 공급망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철스크랩이 철강산업의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자원인 점을 고려해 올해 철강자원협회와 함께 '철자원 상생포럼'을 통해 공급망 구축을 위한 협력을 본격화한다. 

내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신수요 창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해상풍력용 강재 등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에서 국산 철강재가 우선 사용될 수 있도록 관계 당국과 협력하고 있으며, 모듈러 건축과 같은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부회장은 현재 한국 철강산업이 직면한 현실을 '복합 구조적 위기'로 규정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와 중국발 공급과잉이 맞물리며, 수출 불확실성 확대와 수입재 유입 증가로 철강업계의 경쟁 압력이 커지고 있어서다. 

국내 철강 수출액의 경우 지난해 3분기 전년 대비 24% 감소한 반면, 국내 시장 수입재 침투율은 2021년 26%에서 2024년 31%로 치솟았다. 내수 시장 역시 2010년부터 지켜오던 연간 5000만t 소비 규모가 2024년에 무너졌다. 철강재 소비의 45%를 차지하는 건설업 침체가 지속된 결과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구조적이라는 점이다. 산업 성숙에 따른 원가 경쟁력 약화와 국내 수요처의 저가 수입재 선호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틈탄 불공정 수입재의 침투 또한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 부회장은 이러한 위기 극복을 위해 이제는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인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표적인 대안으로 신흥시장 진출을 제시했다. 그는 "올해 철강산업은 글로벌 수요 침체가 장기화되며 국내 시장 역시 뚜렷한 반등 모멘텀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중남미 등 신흥국 중심의 철강 수요는 회복세가 예상돼 해당 시장 중심의 판재류 수출 확대 전략이 위기 극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1986년 폐지된 '철강공업육성법' 이후 약 40년 만에 마련된 철강산업 지원 법안 'K-스틸법'에 대해서는 "법 제정 자체보다 이후의 실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도가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않으면 기업들의 부담 완화와 경쟁력 확보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협회는 K-스틸법이 실효성 있게 작동하도록 정부, 국회,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회원사들을 위해 다양한 현장 애로사항을 정부에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내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이 부회장은 "올해 회원사 및 수요 업계와의 소통 채널을 더욱 다양하게 확대할 계획"이라며 "협회는 궁극적으로 철강업계가 현재의 위기를 딛고 재도약할 수 있도록, 정부와 회원사 간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 부회장은 "철강은 자동차, 조선, 건설 등 국가 기간산업의 뿌리가 되는 '산업의 쌀'이다"라며 "철강산업이 대한민국 제조업의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국가 경제 발전에 더욱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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