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vs 美 국채시장 '불안한 휴전'...재정적자에 다시 흔들리나

  • 재정적자·관세 리스크에 투자자 불만 고조..."불안한 평형 상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국채 시장 사이에 형성됐던 긴장 완화 국면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관세 정책과 재정 적자, 국채 관리 방식을 둘러싼 불안이 겹치며 '휴전' 상태가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시장 참가자와 금융권 인사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봄 가까스로 봉합한 국채 시장과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4월 상호관세 부과를 강행하면서 미국 국채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을 촉발했다. 대표적 안전 자산인 미 국채 가격이 급락하며 시장에서는 전례 없는 '패닉'이 발생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기조와 정책 메시지를 완화하며 투자 심리 진정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임시방편에 불과한 조치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후 국채 시장 균열의 조짐은 11월 5일 또다시 나타났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 재무부가 국채 장기물 추가 발행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한 위헌 여부 심리에 착수하자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하루 만에 6bp(1bp=0.01%포인트) 급등한 것이다. 이는 최근 수개월 사이 최대 상승폭이다.

장기 국채 추가 발행은 이미 부담이 큰 미국의 부채 문제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더욱 키웠다. 여기에 상호관세 소송에서 정부가 패소할 경우 세수 공백이 발생해 30조달러(약 4경3239조원)에 달하는 시중 국채를 관리할 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로이터는 대형 은행과 자산운용사 임원 10여 명을 취재한 결과, 표면적으로는 안정돼 보이는 채권 시장 이면에서 미 행정부와 투자자들 간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6%에 달하는 미국의 연간 재정적자와 누적 부채 수준에 대한 투자자 불만이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우려는 국채 '기간 프리미엄' 상승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기간 프리미엄은 10년간 국채를 보유하는 데 따른 위험을 보상받기 위해 투자자가 요구하는 추가 금리로, 최근 몇 주 사이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재정과 대출 금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채 10년물 금리를 최우선 관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12일 연설에서 "나는 미국의 1호 국채 영업사원"이라고 밝히며 장기 금리 안정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러한 행보를 '시간 벌기'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 인공지능(AI) 주도 증시의 거품 우려, 통화완화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까지 겹치며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시장이 주목하는 위험 요인은 이른바 '채권 자경단'이다. 방만한 재정 운용에 반발해 국채를 매도하고 금리를 끌어올리는 투자자 집단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들의 공세를 간신히 막아내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한다.

미국 금융사인 BNY 웰스 매니지먼트의 시네이드 콜튼 그랜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채권 자경단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이들은 언제나 시장에 있으며 행동에 나설 타이밍을 살피고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의 국채 관리 정책도 논란이다. 재무부는 지난 7월 말 유동성이 낮은 장기 국채 발행 잔액을 줄이기 위해 '국채 바이백'(국채 조기 상환) 확대를 발표했는데,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정부가 장기 금리에 인위적인 상한선을 씌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재무부 차입자문위원회(TBAC) 내부에서도 바이백 정책이 국채 평균 만기를 인위적으로 단축하려는 시도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여름 동안 장기 국채 금리 상승에 베팅하는 숏 포지션은 줄었지만, 최근 몇 주 사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록펠러 글로벌 패밀리 오피스의 지미 창 CIO는 현재 상황을 "불안한 균형"이라고 표현하며 "우리는 정부가 다양한 수단으로 국채 금리를 인위적으로 억누르는 '금융 억압'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재정적자 보전을 위해 단기 국채 발행 비중을 늘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될 경우 단기 부채 확대가 재차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중 금리가 상승하면 차환 비용이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경제 책사' 스티븐 마이런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는 과거 바이든 행정부의 단기 국채 의존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유사한 정책에 대한 논평 요청에는 응답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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