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모두 경제사절단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일정과 참석자 구성은 대통령 방중 일정과 한·중 정상회담 추진 상황에 따라 최종 조율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내년 1월 200여 개 기업이 참여하는 중국 경제사절단을 보낸다고 밝혔다. 대한상의가 중국으로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꾸리는 것은 2019년 12월 이후 6년 만이다.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방중에 맞춰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포함한 기업인 100여 명이 중국을 찾았다. 이후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치며 이런 형태의 교류는 사실상 멈춰 있었다.
6년이라는 공백은 결코 짧지 않다. 그 사이 글로벌 경제 질서는 크게 바뀌었다. 미·중 갈등은 구조화됐고, 팬데믹을 거치며 공급망은 ‘효율’에서 ‘안정’ 중심으로 재편됐다. 중국 역시 ‘중국제조 2025’를 앞세워 기술 자립과 산업 고도화를 국가 전략으로 밀어붙였다. 한·중 경제를 둘러싼 조건은 과거와는 분명히 달라졌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이런 움직임은 결코 예외가 아니다. 일본은 미·중 갈등이 본격화된 이후에도 중국을 단번에 떠나지 않았다. 다만 무작정 확장하지도 않았다.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은 핵심 기술과 공급망의 경계선을 분명히 하면서, 중국과의 협력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재설정했다. 미국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애플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생산기지를 분산하면서도, 중국 시장과의 연결 고리를 완전히 끊지는 않았다. 떠나지도, 올인하지도 않는 선택이다.
이 장면은 기업가정신의 변화라는 관점에서도 읽힌다. 과거 한·중 경제 협력에서 기업가정신은 먼저 들어가고 크게 확장하는 용기로 발휘됐다. 그러나 지금의 환경에서 같은 방식은 더 이상 합리적이지 않다. 기술 이전 요구, 규제 불확실성,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수가 된 상황에서 기업가정신은 확장의 속도가 아니라 판단의 정확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얼마나 더 들어갈 수 있는지가 아니라, 어디까지 가고 무엇을 지킬지를 스스로 정하는 능력이다.
중국 측 반응도 이를 뒷받침한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한국 기업인들의 방중 움직임을 두고 한·중 경제 협력의 ‘안정성’을 강조한다. 급격한 단절보다는 예측 가능한 협력을 원한다는 메시지다. 이는 중국의 희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국 기업이 필요로 하는 조건이기도 하다. 더 깊이 얽히지 않되, 완전히 끊지도 않는 관리 가능한 거리다.
한국의 시각은 보다 현실적이다. 중국은 여전히 큰 시장이지만, 동시에 관리해야 할 위험을 안고 있는 상대다. 떠날 수는 없지만, 과거처럼 낙관할 수도 없다. 이런 조건에서 정부 정상외교와 기업 사절단이 함께 움직이는 것은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방문이라기보다, 관계를 다시 점검하고 조정하기 위한 과정에 가깝다.
이번 방중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0년을 넘긴 시점과도 맞물린다. 상품 중심 교역의 한계가 분명해진 상황에서 서비스·투자·제도 협력으로의 전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통령 방중과 경제사절단이 함께 추진되는 배경에는 이런 구조적 고민이 깔려 있다.
고전은 이런 국면을 이미 경고했다. 『순자』에는 “물이 흐르는 길을 보면 그 땅의 형세를 안다”는 말이 있다. 교역의 물길은 이미 바뀌고 있다. 전략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비용이 된다. 또 『손자병법』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이라고 했다. 지금의 한·중 경제 관계에서 필요한 것도 정면 충돌이 아니라, 충돌을 피할 수 있는 판단이다.
6년 만에 재개되는 대통령과 경제사절단의 동행 방중, 그리고 최고위급 기업인들의 집단적 움직임은 한·중 경제가 다시 출발선에 섰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조건 위에서 방향을 재조정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에 가깝다. 이번 방중이 그 분기점이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통과 의례에 그칠지는 협상 내용과 판단의 기업가정신이 실제 전략으로 구현되는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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