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장애를 ‘극복’의 이야기로 소비한다. 불편을 견뎌낸 개인의 의지에 박수를 보내고, 감동으로 마무리한다. 하지만 그 불편이 왜 생겼는지, 누구의 책임인지에 대해서는 쉽게 묻지 않는다. 그래서 구조는 그대로 남고, 감동만 반복된다.
원샷한솔의 콘텐츠는 이 익숙한 서사를 거부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의 카메라는 사람의 선의를 확대하지 않는다. 대신 버스, 지하철,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같은 일상의 공간을 천천히 통과하며 묻는다. 왜 이 공간은 이렇게 설계되었는지, 왜 불편은 늘 개인의 몫이 되는지. 형식은 브이로그에 가깝지만, 목적은 분명히 사회 구조와 시스템을 드러내는 데 있다.
그는 자신의 삶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지만, 그 이유는 개인 서사를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설명하지 않으면 오해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동정과 미담 사이에서 소비되는 장애 서사를 끊어내기 위해, 그는 감정 대신 맥락을, 감동 대신 질문을 남긴다. 그리고 그 질문은 실제 변화를 만들어냈다. 개인의 문제 제기가 검수 시스템을 바꾸는 경험을 통해, 그는 한 사람의 목소리도 구조를 움직일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 인터뷰는 ‘어떻게 하면 더 배려할 수 있을까’를 묻기보다, ‘우리는 왜 이런 구조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왔을까’를 묻는다. 장애를 특별한 이야기로 분리하지 않고, 우리 모두의 일상 안으로 다시 가져오는 시도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그의 말처럼, 이 대화는 불편함 너머에 존재하는 또 다른 선택지들을 조심스럽게 드러낸다.
증명하기 위해 달리던 시기를 지나, 지속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그의 현재는 묵직하지만 과장되지 않는다. 이 인터뷰가 감동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대신, 읽는 이 각자가 서 있는 자리의 구조를 한 번쯤 돌아보게 되기를 바란다.
스스로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지 소개 부탁드린다
-시각장애인의 일상을 기록하는 콘텐츠를 만든다. 버스, 지하철,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이용 등 일상적인 상황을 다룬다.형식은 브이로그에 가깝다.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기보다 사회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를 보여주는 데 목적이 있다.
크리에이터로서 무엇을 하고 싶어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장애를 감동이나 미담으로 소비하는 방식이 불편했다. 장애인이 불편을 겪는 이유가 개인의 한계 때문이라는 인식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불편의 원인이 설계와 구조에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사람보다 시스템을 다루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했다.
크리에이터 전과 후의 삶에서 달라진 건 뭔가
-콘텐츠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면 변화가 생긴다는 경험을 하게 됐다. 실버 버튼 점자 오류 문제 제기 이후 검수 과정이 개선됐다. 개인의 목소리도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걸 체감했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난 뒤 사회에서의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나
- 특히 어린 연령대의 반응에서 변화를 느낀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들이 장애를 무겁게 소비하지 않는다. 그냥 하나의 콘텐츠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보인다. 이런 자연스러움이 인식 변화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의 교육은 어떻게 실시되어야 할까. 장애인권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궁금하다
- 특수교사 한 명에게 맡기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모든 교사가 기본적인 장애 인권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문제는 장애가 아니라 경험의 부재다. 어릴 때부터 함께 생활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어떤 콘텐츠를 찍고 싶나
- 해외에서의 일상을 기록하고 싶다. 시설보다 인식의 차이를 보여주고자 한다. 사람을 먼저 보는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의 차이를 비교하고 싶다. 주제는 무겁더라도 전달 방식은 가볍게 유지하고 싶다.
국내에 비슷한 콘텐츠를 가진 유튜버가 많지만, 한솔님이 압도적이다.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 장애를 소재로 삼되 감동으로 마무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선의보다 구조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뤄왔다.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명확히 짚었다. 그 일관성이 차이를 만든다고 본다.
댓글이 달릴 때, 악플이라고 하긴 애매하지만 동정의 시선이 담긴 댓글이 자주 달리는 것을 보았다. 이런 댓글이 달릴 때의 기분은 어떤가
- 의도를 먼저 본다. 대부분 악의보다는 무지에서 나온다. 상처 받기보다 설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다시 콘텐츠로 다룬다.
배려라고 했던 행동이 상처가 됐던 순간이나 상대가 사소하게 했던 행동이 위로가 됐던 순간이 있는지 궁금하다. 주변 친구가 갑작스럽게 장애를 갖게 됐을 때 어떻게 해야 될까
- 배려가 일방적일 때 상처가 된다. 도와준다는 전제보다 먼저 물어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사소한 행동이라도 동등하게 대하려는 태도가 위로가 된다.
갑작스럽게 장애를 갖게 된 친구에게는 특별한 말보다 평소와 같은 관계가 필요하다.
누구나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요.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준다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 부담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설명하지 않으면 오해가 반복된다고 느꼈다.
그래서 개인적인 이야기라도 공적인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면 공개했다.
채널 설명에 써져 있는 ‘뵈는 것이 없기에 하고 싶은 것 더 마음껏 해나가고 있다’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는데 그동안 해낸 일 중에 제일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이뤄낸 일은 뭔가
- 장애를 감동으로 소비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것이다.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이 방향을 유지한 것이 가장 컸다. 시선을 의식했다면 하기 어려운 선택이었다.
우리의 삶에서 변화가 생기면 삶의 감사함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 가장 감사한 건 뭔가. 그리고 삶의 우선순위에 있어서 달라진 게 뭔지 궁금하다
-가장 감사한 것은 건강이다. 건강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멈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삶의 우선순위가 속도에서 균형으로 바뀌었다.
예상치 못한 인생을 즐기는 방법이 궁금하다
- 불행과 행복을 분리하지 않는 태도라고 생각한다.힘들면 힘들다고 인정한다. 좋은 일이 오면 그 또한 받아들인다.
예상치 못한 변화에는 항상 다른 가능성이 따른다. 그전까지는 무엇을 향해 달려왔고 요즘에는 무엇을 위해 달려가고 있나 이전에는 증명하기 위해 달려왔다. 요즘은 지속하기 위해 움직인다. 하고 싶은 일을 오래 하기 위한 방향을 고민한다.
마지막으로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 예상치 못한 변화는 끝이 아니다. 지금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불편함 뒤에는 다른 형태의 선택지가 생긴다.
그 시간을 버티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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