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석화업체 CEO 한 목소리 "정부, 전기료 감면 등 더 적극적 지원 필요"

  • 업체별 감축량 협의 미완료...최종 감축량은 미정

  • 전기료 감면, 추가 자금지원 등 요청

사진신지아 기자
[사진=신지아 기자]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이 자율 구조조정 시한인 연말 전 사업재편 계획안을 일제히 제출한 가운데 정부에도 실효성 있는 추가 지원책을 요청했다. 전기료 감면, 구조조정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주재로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석화 구조조정 중간점검을 진행했다. 회의에는 이천석 효성화학 대표, 김종화 SK지오센트릭 사장, 이영준 롯데케미칼 사장, 김동춘 LG화학 대표, 조남수 HD현대케미칼 대표, 류열 에쓰오일 사장, 김종현 DL케미칼 부회장, 허성우 GS칼텍스 부사장, 강길순 대한유화 사장, 박정운 한화솔루션 사장, 김철진 SK어드밴스드 대표, 나상섭 한화토탈에너지스 대표 등 국내 12개 주요 석화 기업 경영진이 참석했다.

이날 석화 업체 대표들은 기업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전기료 감면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4년 동안 지속 상승하며 ㎾h(킬로와트시)당 182원 수준까지 올랐다. 중국(127원), 미국(116원) 등보다 크게 높아 원가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는 다른 산업과 형평성, 통상 마찰 가능성 등을 이유로 전기료 감면 정책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이에 석화 업계는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에 한해 일시적으로 전기료를 감면하거나 산업단지 인근 민자 발전소에서 바로 전기를 수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 등을 대안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에 참석한 한 최고경영자는 기자와 만나 "산업용 전기료가 많이 오른 것을 놓고 정부와 기업 간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고환율 등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업계 어려움 등도 토로했다"고 말했다.

또 설비·인력 감축 등에 소요되는 자금에 대해서도 채권단에 추가 지원도 주문했을 공산이 크다. 자율 감축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에 대한 페널티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추후 참여 가능성 등을 고려해 이날 논의 대상에서는 빠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회의는 정부가 기업을 어디까지 지원할지 파악하기 위해 준비한 자리"라며 "업체별 감축량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만큼 전체 감축 규모를 예측하는 것은 조금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산·여수·울산 등 3대 산단에 위치한 주요 석화 업체들은 나프타분해설비(NCC) 감축을 포함한 자구책을 마련해 정부에 제출했다. 정부는 국내 석화 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NCC 생산량을 최대 370만t 감축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국내 최대 석화산단인 여수에선 LG화학과 GS칼텍스가 설비 통합안을 도출했다. 두 회사가 공동 출자해 합작법인을 세운 후 양측 NCC를 통합 운영하는 게 골자다. LG화학 제1공장(연 120만t) 등 노후 설비를 폐쇄하는 것도 적극 검토한다. 

여천NCC 대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도 지난 19일 사업재편 계획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현재 가동 중단 상태인 3공장(연 47만t)을 폐쇄하는 게 핵심이다. 일각에선 여천NCC 1공장(연 90만t) 또는 2공장(91만t)을 추가로 폐쇄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양측이 정부에 낸 계획안에는 3공장 폐쇄만 담겼다. 한화와 DL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가 설정한 '데드라인'이 임박한 데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울산산단 내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에쓰오일 3사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한 공동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에 계획안을 제출했다. 세 기업은 다운스트림(중간유분·최종제품 생산) 최적화 방안을 공동으로 찾은 뒤 NCC 감축을 논의하기로 했다. 약 60만t 감축을 목표로 하는데 특정 기업 설비만 폐쇄할지 세 회사가 공동으로 생산량을 감축할지 이견이 있다.

앞서 대산산단에선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이 가장 먼저 자율 구조조정안을 도출하고 이에 따른 최종계획서를 산업부와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양사는 5대 5로 출자한 자회사를 설립해 NCC를 공동 운영하고 연 110만t 규모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을 폐쇄하는 데 합의했다. 또 산업은행·신한은행이 주도하는 채권단에 총 8000억원을 유상증자로 지원하는 자구책을 제시하면서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을 위한 신규 자금 지원과 영구채 발행 등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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