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영국·프랑스를 상대로 '하나의 중국' 원칙 준수를 촉구하며 일본을 압박하는 외교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중국 내에서는 일본 아티스트 공연이 잇달아 중단되는 등 양국 간 갈등이 문화 영역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7~28일 외교·안보 라인을 맡는 영국·프랑스 고위 관리들과 잇따라 회담을 갖고 일본의 대만 관련 발언을 문제 삼으며 중국 입장 지지를 요청했다.
왕이 부장은 에마뉘엘 본 프랑스 대통령실 외교수석과 만나 "일본의 현직 지도자가 대만과 관련해 도발적 발언을 해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영토적 통합성)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지지통신은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관련 발언을 계기로 중·일 관계가 악화되는 가운데, 중국에 유리한 국제 여론을 형성해 일본에 압력을 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제도 주변에서도 움직임을 이어가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해상보안청은 29일 센카쿠 인근에서 중국 해경국 선박 4척이 항행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으며, 중국 당국 선박이 해당 해역에서 관측된 것은 15일 연속이다.
이 같은 중국의 압박이 문화·엔터테인먼트 분야로도 파급되는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일본 내에서는 중국이 일본 문화 콘텐츠를 제한하는 이른바 '한일령(限日令)'을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교도통신과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원피스' 주제가를 부른 일본 가수 오츠키 마키는 지난 28일 상하이에서 열린 '반다이 남코 페스티벌 2025'에서 공연이 갑작스럽게 중단됐다.
소속사 측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28일은 퍼포먼스 중이었지만, 부득이한 여러 사정으로 급거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29일 출연도 같은 사정으로 중지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체험하는 이 행사는 30일까지 열릴 예정이었으나 전날 갑작스럽게 중지되면서, 29일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던 다른 일본 아이돌 그룹의 출연도 무산됐다. 일본에서는 이번 상황이 가수에 대한 모욕이라는 등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앞서 가수 하마사키 아유미의 29일 상하이 공연도 28일 '불가항력의 요인'을 이유로 중국 주최 측이 전격 취소했다. 하마사키는 소셜미디어(SNS)에 "(28일) 오전에 갑자기 공연 중지를 요청받았다"며 "믿을 수 없고 말도 안 된다"고 밝혔다.
이 밖에 일본 듀오 '유즈', 피아니스트 우에하라 히로미의 중국 공연이 잇달아 취소됐고, 영화 '일하는 세포'와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의 개봉도 연기됐다. 요시모토흥업의 공연과 '미소녀 전사 세일러문' 뮤지컬 등도 줄줄이 중단되는 등 문화 교류가 전방위로 차질을 빚고 있다.
교도통신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계기로 격화된 중일 간 정치 갈등이 문화 영역으로 번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산케이도 "다카이치 총리 발언에 중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일본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 대한 영향이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다카이치 총리 발언에 대한 대항 조치로 일본 콘텐츠 배제를 시작한 것인지, 아니면 정부 의향을 고려해 지자체 당국이 과잉 대응을 하는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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