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나의 하루는 ‘아침 3킬로’로 시작한다. 나의 생활이 변화된 것은 금년 1월부터이다. 어느덧 변화된 생활도 1년 가까이 되어 간다. 여름이면 새벽 5시 30분, 요즘 같은 초겨울에는 6시 30분에 일어난다.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은 시간, 창밖에 미명이 느껴지면 슬며시 눈이 떠진다. 아! 이제 일어날 시간인가! 뭐라 할 것도 없이 그저 한 컵의 물을 마시고 집 근처 공원으로 걸어 나간다. 그곳에서 5분간 가볍게 몸을 푼 후 약 3㎞, 20여 분을 뛴다. 어떤 때는 좀 더 빠르게, 어떤 때는 좀 느리게, 그러나 쉼 없이 계속 이 짧은 거리를 단숨에 달려간다. 이렇게 내가 달려온 계절이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벌써 겨울이다. 한여름에는 거칠게 쏟아지는 땀이 온몸을 흘러내리고 가쁜 숨이 턱에 차오른다. 그리고 수돗가의 시원한 물로 달아오른 얼굴을 몇 번이고 씻어 내린다. 요즘 같은 늦가을에도 뜨거운 열기가 내 몸을 감싼다. 이렇게 내달린 후 잠깐의 휴식이 찾아오면 온 세상의 소리가 내 귀를 깨운다. 난 새벽녘에 새들이 이렇게 활발히 활동하는 줄 알지 못했다. 여기저기 재잘대는 새들의 귀여운 장난 소리에 내 귀는 활짝 열린다. 숨 가쁘게 달린 후 잠시의 휴식. 그 속에 이렇게 커다란 행복감과 안정감이 있는 줄은 이전에 몰랐다. 거친 호흡 후에 찾아오는 아침의 고요함. 내 인생에서 느껴보는 많지 않은 충만함의 하나이다. 호흡이 안정되면 관절과 근육을 깨워주는 간단한 체조를 한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집으로 돌아온다. 약 1시간 정도 소요되는 나의 소중한 아침 시간이다.
이 루틴은 내게 단순한 ‘운동’ 그 이상이다. 하루를 여는 의식이자,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다짐 같은 것이다. 내가 이러한 운동 루틴을 시작하기 이전, 내 몸과 마음은 몹시 지쳐 있었다. 주중의 가족과 떨어진 생활, 그로 인한 잦은 혼술, 그 결과로 찾아온 약해진 육체.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미묘한 고독감과 불면. 이 모든 것들이 내 육체와 정신을 파괴하고 있었다. 이 운동 루틴을 시작한 이유도 결국 살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그 효과는 매우 컸다. 운동의 첫 번째 선물은 역시 몸에서 온다. 아침에 땀을 흘리고 나면 혈당이 눈에 띄게 안정된다. 잦은 혼술로 인하여 공복 혈당이 높게 나오던 시기가 있었는데, 아침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수치가 극적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수치는 의사가 확인해 주었지만, 나는 몸으로도 느낀다. 이전에는 오전 내내 몸이 무겁고 머리가 희뿌연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오전 시간이 가장 ‘선명한’ 시간이다. 활력도 다르다. 예전에는 점심을 먹고 나면 서서히 졸음이 몰려와 커피에 의존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점심을 먹고 나서도 머리가 맑고, 회의나 연구에 바로 집중할 수 있다. 몸이 지탱해 주니, 정신이 쓸 수 있는 에너지도 늘어난 셈이다.
운동만큼 중요한 것이 식사다. 나는 아침부터 “운동했으니 적게 먹어야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운동을 했으니 잘 먹어야지”라고 생각한다. 요즘 내가 즐겨 먹는 메뉴는 간단하다. 양배추, 오이, 토마토, 그리고 올리브오일을 간장과 식초로 간을 하여 대충 뒤섞어 먹는다. 이런 것들이 이렇게 맛있는 줄을 예전엔 몰랐다. 달걀, 두부, 고기 중 하나는 꼭 식탁에 올린다. 근육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계단을 오르면서 헉헉대는 내 모습이 너무 싫어 보였기 때문이다. 난 탄수화물도 너무 무서워하지 않는다. 소모한 에너지를 충분히 보충할 수 있도록 충분한 양의 탄수화물을 먹는다. 그리고 이 모든 식사는 나 스스로 준비한다. 재료를 씻고, 자르고, 조리하는 과정이 번거롭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나를 돌보는 시간’이다. 누군가가 차려주는 밥상도 좋지만, 나 스스로에게 건강한 식사를 차려주는 일에는 또 다른 뿌듯함이 있다. 그리고 나에게 식사를 주는 그 수고로움을 언제까지 타인에게 전가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수면은 나이가 들수록 많은 사람들의 고민거리가 된다.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밤에 쉽게 잠이 오지 않거나, 새벽에 한번 깨고 나면 다시 깊은 잠으로 못 들어가는 날도 많았다. 하지만 아침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느낀 변화 중 하나가 바로 ‘잠’이었다. 저녁 10시만 되면 눈꺼풀이 스르르 무거워진다. 가끔은 책을 읽다가, TV를 보다가, 버티기 힘들 정도로 졸음이 쏟아질 때도 있다. 완벽한 수면을 말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다. 그러나 이전과 비교하면 정말 좋아졌다. “아, 제대로 잤다”라는 느낌이 드는 날이 많아졌다. 좋은 수면은 다음 날 운동과 일상을 또 지켜 준다. 잘 잤기에 새벽에 일어나는 게 즐겁다. 이렇게 선순환이 시작된다. 운동이 수면을 돕고, 수면이 다시 운동과 일의 효율을 높여 준다. 이 고리를 한번 만들고 나니, 도중에 끊고 싶지 않은 마음이 절로 든다. 무슨 수를 쓰든 지키고 싶은 나의 소중한 일상이다.
새벽 달리기와 더불어 올해 1월부터 나는 맨몸운동도 시작했다. 매일 달성해야 할 목표를 정하고 시간 날 때 틈틈이 할 뿐이다. 턱걸이는 10개씩 3세트, 푸시업은 20개씩 3세트, 스쿼트는 10분 또는 100개 1세트, 그리고 뒤꿈치 들기는 100개씩 3세트, 그저 틈날 때 간간이 실행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루틴을 ‘지속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나도 예전 같았으면 “매일은 무리겠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작은 습관이 내게 지속력을 선물해 주었다. 바로 ‘기록’이다. 나는 운동한 내용을 매일 노트에 적는다. 오늘 얼마나 뛰었는지, 스쿼트와 푸시업 그리고 턱걸이는 몇 세트 했는지 간단하게 적어 둔다. 거창한 운동 앱이 아니라, 그저 종이 노트에 볼펜으로 한 줄씩 남길 뿐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행동이 주는 힘은 크다. 노트를 넘기다 보면, 빈칸 없이 채워진 날들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까지 해 왔는데 오늘 빼먹기엔 아깝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꾸준함이 하나의 줄을 이룬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동기부여가 된다. 운동을 계속 이어가기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팁이다. 비싼 장비보다, 멋진 운동복보다, 작은 노트 한 권이 더 강력한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새벽에도 난 3㎞를 뛰고 왔다. 난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이 질문을 던지며 나는 매일 새롭게 결심한다. 그래, 난 죽는 그날까지 이러한 일상의 틀을 지켜갈 것이라고! 물론 언젠가는 멈추어야 할 날이 올 것이다. 3킬로를 뛰지 못하는 날, 푸시업을 줄여야 하는 날, 아예 운동 대신 가볍게 산책만 할 수 있는 날도 올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록된 숫자’가 아니라, ‘나를 돌보는 의지’이다. 아침에 눈을 떠서, 오늘 하루를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고 맑게 보내기 위해 몸을 움직이는 그 마음. 그것만은 나이가 들어서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오늘도 풀업 바 앞에 서서 나는 마음속으로 외친다. “당겨야 산다!”라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學) 경제학연구과 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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