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외자산 1조 시대…한은 "해외 쏠림에 원화 약세" 경고

  • '순대외자산 안정화 가능성 평가와 시사점' 발표

표한국은행
[표=한국은행]
우리나라의 순대외자산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으나, 펀더멘털을 넘어선 과도한 증가는 환율 압력과 국내 자본시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순대외자산은 한 국가의 대외금융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값으로 해외에서 '순투자국'으로서의 위상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한국은행이 5일 공개한 '순대외자산 안정화 가능성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순대외자산(NFA·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은 2014년 3분기 플러스(+)로 전환한 뒤 지난해 4분기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6월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NFA 비율은 55%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 대비 순대외자산 비율이 균형 수준보다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은이 국민소득, 인구구조 등 펀더멘털(기초)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한 우리나라의 균형 NFA 비율(GDP 대비)은 2015년 -3%에서 2023년 30%로 올랐다. 우리나라 실제 NFA 비율의 경우 2023년(47%)이나 현재(55%) 모두 2023년 기준 균형 비율보다는 높은 상태다.

이희은 한은 해외투자분석팀 과장은 "우리나라의 NFA 비율은 일본, 노르웨이 등 전통적 순대외채권국보다 낮지만 대표적 순대외채무국인 미국 등과 비교해 높은 편"이라며 "최근 한국 NFA 비율이 균형 수준을 넘어 빠르게 높아진 데는 인구 고령화 등에 따른 국내 자산 수익률 저하, 연기금 등의 대규모 해외 투자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은은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아울러 글로벌 무역 불균형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 연기금 해외 투자, 국내 투자 수익률 저하 등의 요인이 단기적으로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우리나라 NFA가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순대외자산 증대가 외환 및 금융 안정 측면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지만 동시에 △국내 자본시장 투자 기반 약화 △원화 약세 압력의 상시화 △글로벌 금융 변동성 노출 확대 등 리스크도 병존한다고 지적했다.

통상 순대외금융자산은 잠재적인 위기 상황에서 대외금융자산이 본국으로 돌아오면서 완충 역할을 해 '안전판'으로 불리긴 하지만, 펀더멘탈 대비 너무 높은 상승을 할 경우엔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 과장은 "NFA 증가는 대외 건전성 강화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자본의 해외 유출에 따른 국내 자본시장 투자 기반 약화, 달러 수요 증가에 따른 원화 약세 압력, 글로벌 위험 노출 확대, 무역 불균형에 따른 통상 압력 등 부정적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거주자의 해외투자 증가로 NFA 구성의 중심이 준비자산·은행 부문(기타투자)에서 민간 부문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은행·공공부문 외화자산이 외환 수급 변동을 완충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유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장은 "국내 자본시장의 위험조정 수익률을 높여 해외투자 쏠림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해결책으로는 기업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 시장 유동성 및 제도 신뢰 강화, 국민연금의 국내 투자 활성화, MSCI 선진지수 편입 추진 등 자본시장 신뢰 제고 노력 등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일본의 '밸류업(Value-Up) 정책' 사례도 소개했다. 일본은 2023년 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추진하면서 35년 만에 닛케이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해외로 유출되던 자금이 국내로 되돌아오면서 NFA 증가세도 완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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