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타결 명과암] '통화스와프 없이' 연 200억 달러 대미투자…금융시장 충격은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미국에 대한 2000억 달러 현금 투자는 외화자산 운용 수익을 주요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외환보유액 원금을 건드리지 않고 운용 수익만으로 10년간 매해 최대 200억 달러를 마련해야 한다. 통화스와프라는 안전장치 없이 연간 최대 200억 달러를 조달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 것이다.

30일 외환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우리 외환보유액은 4220억2000만 달러다. 이 가운데 약 90%(3784억2000만 달러)는 유가증권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유가증권을 운용해 연 5% 이상 수익을 내면 단순 계산으로 연간 200억 달러 자체 조달이 가능하다.

유가증권의 평균 운용수익률은 연 2~5% 수준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은행 외화자산은 현금성 자산 8.0%, 직접투자자산 67.2%, 위탁자산 24.9%로 구성됐으며, 이로 인해 벌어들인 수익은 26조4741억원(약 185억달러)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의 절반가량(47.3%)은 미국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됐고, 이외에는 해외주식 등에서 발생하는 이자와 배당수익으로 운용한 결과다.

외환보유액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대표 기관인 한국투자공사(KIC)의 최근 10년 연환산 수익률은 5.4%이며, 올해 수익률(9월 말 기준)은 11.7%에 달한다. 이에 따라 현 단계에서는 연 5% 수익 달성이 큰 문제가 없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한은 관계자는 “연간 200억 달러는 우리 외환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상한선”이라며 “외환보유액의 직접투자자산은 높은 유동성을 확보하면서도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정부채, 정부기관채, 회사채, 자산유동화채 등 주요 국제통화로 발행된 장·단기 채권으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표한국은행
[표=한국은행]

시장에서는 달러를 직접 매입하는 방식이 아닌 만큼 단기적으로 외환시장에 미칠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한·미 관세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이날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5.2원 내린 1426.5원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시장 변화에 따라 수익 변동성이 커질 수 있고, 외환시장에 충격이 발생할 경우 당국의 신뢰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는 동안에는 그만큼 외환보유액을 추가로 쌓기 어렵고 외환당국의 개입 여력도 줄어들게 된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재원을 자체 조달하거나 국제금융시장에서 마련하면 국내 외환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적겠지만, 대미 투자가 늘어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며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 운용수익이 줄고 국내에서 진행됐을 수도 있는 일부 투자가 해외로 이뤄지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 하락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우리 예산의 4%에 맞먹는 큰 규모의 국부가 장기간 매해 빠져나가면서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점도 시장의 우려 중 하나다. 국내총생산(GDP) 구성 항목 중 투자 부문에 미치는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책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외환시장 직접 충격을 배제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 막대한 국부가 국내 생산적 투자처 대신 미국으로 유출되는 것은 기회비용 발생뿐 아니라 제조업 공동화 우려를 자극한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운용수익이 부족하거나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에 따라 수익이 흔들릴 가능성에 대비해 일부는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달러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과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한국계 외화채권(KP) 발행 등을 통해 추가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국내 외환시장에 새로운 충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이자와 배당 등 운용수익이 적지 않아 상당 부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일부를 기채(채권 발행)할 경우 정부 보증채 형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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