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제 딜레마] 세금만으론 집값 못 잡는다…선진국은 '정책 믹스'로 관리

  • 보유세 비중 OECD 10위지만 실효세율은 OECD 절반

  • 주요국은 보유·거래·공급정책 결합…韓은 거래세 중심

  • "세율보다 신뢰"…공시가격 투명성·예측 가능성 높여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웃돌지만 실효세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선진국이 보유세와 거래세, 금융·공급정책을 결합해 시장을 조정하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세금 중심의 단편적 처방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한국지방세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총조세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중은 5.15%로, OECD 평균(3.75%)과 중간값(2.78%)을 모두 상회했다. 회원국 가운데 10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보유세 비중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으나 실효세율이 낮아 시장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다. 시민단체 토지+자유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로 OECD 30개국 평균(0.33%)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명목세율은 높지만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등으로 실질 부담이 낮다는 의미다.


해외 주요국은 보유세·거래세·금융·공급정책을 조합한 ‘정책 믹스’ 형태로 접근하고 있다. 영국은 중앙과 지방의 세입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1993년 카운슬세(Council Tax)를 도입했다. 주택 가치를 기준으로 8~9개 등급별 세율을 매기고, 거주 인원과 소득 수준에 따라 감면을 적용한다. 거래 시에는 인지세(Stamp Duty Land Tax)를 부과하되, 주택 보유 수와 거주 여부 등에 따라 세율을 차등한다.


호주는 주(州)별로 보유세와 취득세 체계를 달리 설계해 지역 여건에 맞는 세제를 운영한다. 부동산 관련 세수를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지역경제 상황에 맞춘 대응이 가능하다. 2017년부터는 금융감독청(APRA)이 투기적 부동산 투자대출 규제를 시행해 은행의 투자용 모기지 증가율을 제한하고 있다.


일본은 장기 보유자에게는 세 부담을 완화하는 대신 단기 거래에는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 보유기간 5년 이하는 39.63%, 5년 초과는 20.315%의 세율을 매겨 단기 투기를 억제하는 구조다. 동시에 거래세를 낮춰 시장 유동성을 유지한다. 1990년대 이후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공공임대주택 및 빈집 리모델링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과 주요국 모두 지방정부 재원 확보를 보유세의 주된 목적으로 삼지만, 국제사회는 재산과세 강화를 통한 불평등 완화와 포용성장을 강조하는 반면 한국은 투기수요 억제 등 시장 안정 목적이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주요국이 다층적으로 접근하는 반면 한국은 전체 부동산 세수에서 거래세 비중이 70%를 넘는 ‘거래세 중심 구조’다. 전문가들은 실효세율이 낮은 상황에서 보유세만으로 시장 안정을 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거래세 부담이 완화되지 않으면 매물 부족이 지속되고 시장 유동성도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세제의 목적을 단기적 시장 안정에만 두기보다 과세 기반의 공정성과 신뢰 확보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세율 조정보다 공시가격 산정과 검증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세제 개편의 실효성을 좌우한다”며 “공시가격 표본이 지역별로 불균등하게 설정돼 평가 정확성이 떨어지고 현실화율 차이로 동일 부동산임에도 세 부담이 역전되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시가격 산정 근거를 상세히 공개하고, 세부담 급변을 완화하기 위한 공정시장가액비율의 탄력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