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세' 도입 논의 재점화…식음료업계 "가격 인상 불가피" 우려

  • 2021년 법안 이어 논의 재부상

  • 소비자 부담·물가 자극 논란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청량음료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청량음료들.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정치권이 설탕이 함유된 음료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설탕세' 도입을 검토하면서 식품·음료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제도적 장치라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비용 부담과 시장 위축을 우려하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21일 정치권과 식품업계에 따르면 여당과 정부 부처 일각에서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부과 대상을 담배 외에 가당음료로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당류 과잉 섭취가 비만과 당뇨,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 발생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제도적 대응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정책 추진 움직임이 나타나자 음료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있다. 원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음료업계 관계자는 "설탕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음료를 담배와 동일 선상에서 취급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부담금이 부과되면 제조 비용 부담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용 상승이 식품업계 전반으로 영향이 확산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또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 제조기업 입장에서는 제품 수백 종 중 당 함량을 낮추기 위해 레시피와 라벨을 전면적으로 손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연구개발 비용 증가와 생산 라인 조정으로 이어져 중소업체가 버티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설탕세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국회에서는 가당 음료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소비자 부담과 산업 위축 우려가 제기되며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비만세'라는 명칭과 함께 세수 목적 논란이 일었고 식품업계 반대 여론이 확산되며 사실상 폐기됐다.

반면 학계와 보건의료계 일각에서는 설탕세가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서울대학교 건강문화사업단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8.9%가 설탕세 도입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량음료 용기에 당류 경고 문구를 표기하는 방안에는 찬성 비율이 약 82%에 이르렀다.

정책 도입 가능성도 높아질 조짐이다. 지난달 24일 국회에서는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설탕 과다사용세'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윤영호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 단장은 "국민 5명 중 1명, 청소년 3명 중 1명이 WHO 권고 기준 이상으로 당류를 섭취하고 있다"며 제도적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이미 120여개 국가가 유사 제도를 시행 중이다. 영국은 2018년부터 100㎖당 당류 기준에 따라 부담금을 부과하는 '청량음료 산업세'를 시행해 제조사의 자발적인 당 저감 경쟁을 유도했다. 멕시코·칠레도 당 함량 기준 차등 부과 방식을 도입해 고당류 음료 소비 억제 효과를 거뒀다. 덴마크는 2011년 도입한 비만세가 소비자 반발과 역효과 논란 속에 1년 만에 폐지된 바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