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과 비만, 그리고 세금] 비만세 도입, 저소득층에 더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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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현 기자
입력 2021-08-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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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세계 42개국 비만세 도입… OECD 국가서도 늘어나는 추세

  • 조세저항·저소득층에 부담 증가 등 지적… "비가격정책 강화 선행"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대사회는 비만해지기 쉬운 환경을 제공한다. 도시화로 인한 교통망의 발달과 자가용의 대중화로 운동량은 줄어들었다. 반면 가공음식과 인스턴트 식품 섭취로 인해 식품첨가물과 인공감미료 섭취는 증가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성인인구의 약 44%가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비만인구도 2018년 34.6%로 집계됐으며 연령대별로는 청년층보다 중장년층의 비만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비만은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로 인한 의료비 지출도 상당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향후 30년 동안 과체중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이 평균적으로 전체 의료비 지출의 약 8.4%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연금보험공단이 추정하는 바에 따르면 비만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는 흡연이나 음주로 기인한 진료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보다 앞서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 문제를 겪은 국가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세금을 도입했다.

최성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정포럼 7월호에 실린 '비만세 해외동향과 비만세 도입에 관한 소고'에서 "비만율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가격정책적 측면에서 비만유발식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42개 국가가 비만율 억제를 위해 가당음료, 탄산음료, 과제, 정크푸드 등에 비만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각국은 비만을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친다. 건강위해식품의 광고와 홍보를 규제하는 한편 칼로리 표기 강화, 학교급식 개선 등을 실시한다.

그중 비만유발식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사용할 수 있다. 나라별로 소금(헝가리)과 카페인 함유 식품을 과세하는 국가도 있고 고칼로리 정크푸드(멕시코), 초콜릿이나 사탕(헝가리)에 세금을 부과하는 나라도 있지만 대부분의 비만세 과세는 가당음료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비만세는 대부분 태평양 섬이나 카리브해 섬 등과 같은 비만율이 높은 작은 섬나라에서 도입됐지만 최근에는 프랑스와 영국과 같은 유럽 국가들도 가당음료세와 같은 비만세를 도입하는 등 OECD 국가의 비만세 부과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가당음료세의 역사는 길다. 1920년대와 1930년대 덴마크,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부과되기 시작했고 2000년대 초반에는 폴리네시아, 사모아 등 태평양 나라들을 중심으로 가당음료세를 부과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어 헝가리,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2000년대 중반 가당음료세 부과 대열에 합류했다.

다만 최초의 가당음료세는 세수 확보를 목적으로 시작됐고 섬나라의 가당음료세는 수입에 의존하는 섬의 특성상 관세 형태로 부과하는 경우가 많아 비만 억제를 위한 비만세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멕시코는 2014년부터 가당음료에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멕시코는 전 세계적으로 가당음료 소비율이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고 제조사들의 영향력이 커 도입까지 저항이 있었지만, 여러 실증연구들은 멕시코의 가당음료세 부과가 가당음료 수요를 생수로 대체했다는 결론을 보여준다.

헝가리는 건강식품세를 도입해 음료 외에도 비스킷, 잼, 초콜릿, 빵 등 설탕을 많이 함유하는 식품과 더 나아가 소금을 함유하는 식품 등을 과세 대상으로 삼았다. 영국의 청량음료산업부담금은 제조사들이 제품의 설탕 함량을 줄이는 '제품 재조합'을 유도하는 게 목적이다. 설탕 함량을 기준으로 부피 구간을 정하고 부피에 대해 종량세를 부과하고 있다.

가당음료에 대한 과세는 가당음료 소비를 줄여 비만율을 감소시킬 수 있다. 세계은행에 의하면 가당음료의 가격탄력성은 학자별로 다르지만 0.79~1.37 정도로 추정된다. 또한 성인보다는 청소년이 가격 변화에 더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Vechino-Oritz and Arroyo-Ariza의 연구를 인용해 콜롬비아의 가당음료 과세가 저소득층의 과체중률을 1.5~4.9%포인트 감소시키고, 비만율을 1.1~2.4%포인트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고소득층의 경우 비만율에 대한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으나 비만율은 2.9~3.9%포인트 감소했다. 가당음료세로 인한 효과가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서 확실한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비만세 도입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효과를 보기 위해서도 대체효과와 조세회피, 제조업체의 저항, 행정력 등을 모두 감안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먼저 가당음료세 도입은 필연적으로 음료 제조업체의 저항을 받게 된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음료나 식품회사는 한두 개 대기업이 대부분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당음료세나 비만세 부과에 대한 로비가 극심한 경향이 있다"며 "캘리포니아주의 가당음료회사가 설탕세에 반대하기 위해 한 해 쓴 광고홍보비용이 1000만 달러에 달했다"고 전했다.

가당음료세 부과 반대의 주요 논리는 특정 제품에 대한 과세는 산업 간 형평성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세금 부과로 가당음료에 대한 소비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국경지역 소비가 증가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가당음료에 대한 세금 부과가 가당음료 소비를 얼마나 줄이느냐와, 과세되지 않는 음료의 소비를 얼마나 늘리느냐는 대체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가당음료에 대한 과세가 과일주스 등 가격이 싼 다른 단음료의 소비로 대체되면 설탕 섭취량은 감소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생수 등 건강한 대체품 소비로 이어지도록 가당음료에 대한 과세는 광범위한 음료군에 대해 동시에 과세를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비만 유발식품에 대한 과세는 역진성 논란도 따라온다. 저소득층이 값싸게 접근할 수 있는 식품군의 가격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가구에서는 일반적으로 식비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실제로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가당음료, 정크푸드 등 건강하지 않은 식품의 소비가 많아 '건강 불평등' 문제가 제기된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가당음료세 부과로 인한 비만과 체중 감소 효과는 저소득층에서 고소득층보다 높게 나타날 개연성이 있다"며 "가당음료세를 부과하는 국가들 중에서는 세수를 건강증진 관련 프로그램에 활용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되므로 비만세 세수를 저소득층 건강증진, 비만개선 등의 프로그램에 활용하는 경우 소득계층 간 불평등 이슈는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또한 "우리나라의 비만율은 서구 국가에 비하면 낮은 편이기는 하지만, 비만과 과체중의 건강 위해성과 사회경제적 비용을 고려하면 이를 초래하는 식품에 대한 비만 과세의 도입도 향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비만세는 도입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을 수반할 수 있으므로 비만율 감소를 위한 캠페인, 식당 메뉴의 칼로리 표기 의무화 등 여러 가지 비가격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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