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대법원 현장검증…'재판기록·접속 로그' 제출두고 충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현장 국정감사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015 국회사진기자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현장 국정감사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0.15 [사진=국회사진기자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가 15일 대법원 청사에서 ‘대법원 현장검증’을 강행했다. 대법원에서 국정감사가 열린 적은 있었지만, 재판기록과 내부 전산 시스템 접근 내역까지 들여다보는 현장 검증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야당은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 위반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현장검증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됐다. 법사위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현장 국정감사를 열고, 지난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판결과 관련해 재판관 및 재판연구관의 기록 열람·접속 로그 등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안건은 재석 17명 중 찬성 10명으로 가결됐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사건 기록 접근 시점과 절차의 투명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라며 “재판 내용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사법부의 행정적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국정감사 목적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 사건을 ‘사법 쿠데타’로 규정하고 대법원 판결의 절차적 정당성을 검증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명백한 재판 관여이자 삼권분립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나경원 의원은 “진행 중인 재판의 기록을 국회가 들여다보겠다는 건 입법권을 빙자한 폭거”라며 “이재명 대통령 무죄 만들기를 위한 정치 행위”라고 비판했다. 곽규택 의원도 “국정감사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서류 제출 요구”라며 표결 과정의 절차적 하자도 문제 삼았다.

이날 여야는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도 충돌했다. 민주당은 대장동·백현동 사건 수사와 관련된 엄희준 검사와 남욱 변호사를 증인으로 추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반면 국민의힘이 요청한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설주완 변호사, 최기상 민주당 의원 등은 명단에서 빠졌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왜 김 실장만 배제하느냐”며 “이화영 전 부지사 진술 번복 의혹의 핵심 증인인데, 여당이 불리한 인사만 빼는 건 편파적”이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도 “부속실장 업무 전반에 대해 물을 수 있는 사안인데 배제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민주당 측은 “엄희준·남욱 증인은 대장동 수사 관련 핵심 인물로, 감사 목적과 직접 관련된 증인만 채택한 것”이라고 맞섰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날 국감장에 불출석했다. 조 대법원장은 앞서 “사법권 독립을 규정한 헌법 정신과 국정감사법 제8조 취지에 반한다”며 출석 거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대법원장실도 현장검증 대상”이라며 “출석하지 않으면 직접 찾아가겠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은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이 보장한 삼권분립을 무너뜨리는 초유의 사태”라며 민주당의 현장검증 강행을 규탄했다. 나경원 의원은 “형식도, 내용도 모두 위법과 탈법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법사위는 오후에도 대법원 내부 일부 시설을 대상으로 현장검증을 이어갈 계획이다. 사법부는 국회의 자료 요구에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재판 독립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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