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베트남 코인 '지하 세계' 확산…사기와 실패의 경계는

  • 90% 이상이 실패하는 코인 상장

  • Pi Network 사례로 드러난 구조적 위험

온라인 상에서 금전 사기를 저질러 재판을 받고 있는 피의자들 사진베트남 통신사
온라인 상에서 금전 사기를 저질러 재판을 받고 있는 피의자들 [사진=베트남 통신사]

베트남의 암호화폐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는 가운데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한 ‘지하 세계’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의 시범 규정이 시행 중이지만 아직 공식 거래소는 한 곳도 없는 가운데 수많은 비공식 사이트가 난립해 시장 혼란을 키우고 있다. 

베트남 매체 청년신문은 베트남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코인 상장 이후 실패와 사기의 차이가 거의 구분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매년 수천 개의 코인이 쏟아지지만 대부분 사라진다. 일부는 단순한 경영 실패로 끝나지만, 일부는 애초부터 투자금 편취를 목적으로 설계된 ‘계획된 사기’로 밝혀진다. 

◆ 실패와 사기의 경계… ‘미이라 프로젝트’의 확산

베트남 재무 전문가 판 융 칸은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90% 이상이 실패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표면적으로는 정상 운영되는 듯 보이지만 결국 거래가 끊기고 블록체인 상에 이름만 남는 ‘미이라 프로젝트’가 다수”라며 “결과적으로 실패한 코인과 사기 코인의 결말은 같다. 코인의 가치는 0에 수렴하고 투자자는 손실을 본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백서(White Paper)와 감리(Audit) 여부를 사기 프로젝트를 가려내는 핵심 기준으로 꼽는다. 백서는 상장기업의 투자설명서와 같은 역할을 한다. 프로젝트의 목표와 기술 구조, 개발자 정보, 자금 사용 계획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개발자의 실명과 경력, 투자자 보호 장치가 명시되지 않은 백서는 신뢰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재 다수의 프로젝트는 다른 백서를 복사하거나 조작해 만든 가짜 백서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사기성이 짙은 코인일수록 외부 감사를 피한다. 칸 전문가는 “주식 투자 시 기업의 공시를 꼼꼼히 읽듯 코인 투자도 백서 확인이 필수”라며 “지인의 추천이나 SNS 홍보만 믿고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사진Freepik
베트남 정부는 향후 암호화폐 공식 거래소 설립을 허용할 계획이지만, 제도가 완전히 정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Freepik]
◆ ‘회색지대’

베트남은 세계에서 암호화폐 확산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 중 하나다. 대표적인 사례가 파이 네트워크(Pi Network)다. 2019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연구진이 탄생시킨 이 프로젝트는 스마트폰으로 전력 소모 없이 코인을 채굴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베트남 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현재 파이 네트워크는 여전히 메인넷(독자적으로 구축한 자산 생태계)으로 전환하지 못했다. 백서의 내용은 불투명하고 KYC(본인 인증) 데이터의 관리 및 운영 주체의 역할이 명확하지 않았다. 지속적인 정책 변경으로 신뢰가 흔들렸고, 그 결과 가격은 6개월 만에 2.98달러에서 0.24달러로 폭락했다. 

딘 터 히엔 베트남 응용경제정보학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베트남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회색지대’에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불법도 합법도 아닌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부가 명확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지 않은 틈을 타 수많은 개인과 기업이 자체 코인을 발행하며 난립하는 상태를 가리킨 것이다.

지난달 9일 시행된 결의안 05/2025(암호화 자산 시범 규정)은 베트남이 처음으로 암호화폐 제도화를 시도한 정책이다. 그러나 시행 직후 주요 블록체인 기업들이 잇달아 베트남 내 서비스 중단을 선언했다. 정부가 아직 어떤 기업에도 암호화폐 발행이나 거래소 운영에 대한 공식 라이선스를 발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불확실한 규제 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향후 5년간의 시범 운영 기간 동안 리스크를 피하고 시장을 관망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향후 공식 거래소 설립을 허용할 계획이지만, 제도가 완전히 정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암호화폐 거래와 발행 모두 명확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태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재 베트남 암호화폐 시장을 ‘불완전한 시장’이라고 보고 있다. 명확한 규제와 감독이 부재한 상황에서 투자자 스스로 방어선을 구축하지 않으면 피해를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히엔 연구원은 “법적 공백을 악용한 허위 프로젝트가 계속 늘고 있다”며 “이 시점에서 투자자는 정부가 아닌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정보 비대칭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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