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국민적 의혹 수사에 성역은 없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한 개신교 목사에 대해 교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이 목사의 구속을 두고 "종교 탄압"이라고 외치고 있다. 해당 목사가 과연 종교인으로서 탄압받고 있는지를 그의 행보를 통해 돌아봐야 할 것 같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고, 지난 대선에서는 설교 시간에 국민의힘 후보를 대놓고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이는 엄연히 종교를 벗어난 정치 행위이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해당한다. 만일 성경에 기초한 정상적인 설교를 했는데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를 고발하고,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면 종교 탄압임이 분명하다. 그랬다면 개신교를 포함한 종교계가 이를 강하게 비판했을 것이다. 하지만 개신교 내부에서도 그의 구속이 정당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의원에게 세뱃돈을 건넨 혐의를 받는 통일교 총재도 구속 여부에 대해 법원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그가 국회의원에게 전달한 관봉권 상자 포장지에 '왕(王)'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것이 통일교의 교리 중 하나인지는 모르겠으나 돈을 전달하면서 청탁한 것이 사실이라면 법리에는 맞지 않는 것이 된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도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 역시 정상적인 종교의 영역에서는 인정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통일교 교인들이 자의가 아닌 특정한 목적을 위해 국민의힘에 대거 입당했다는 의혹도 확인이 필요하다. 이를 막기 위한 시도는 사실 규명을 방해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교회든 정당이든 불법의 의심을 받고 있다면 수사를 받아야 한다. 

최근 대법원장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국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후보자 시절 공직선거법 사건의 전원합의체 회부 과정에 의도적으로 끼어들었다는 것이 의혹의 내용이다. 해당 사건의 선고 직후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선언이 합리적 의심이 든다는 것이 의심스럽다는 주장도 포함돼 있다. 해당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장을 압박하면서 사법 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국민의힘은 인공지능(AI) 조작설을 제기한 것에 이어 여당의 '광기'라고 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실 지난해 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부터 탄핵까지 사법부가 보여준 태도는 의심의 빌미를 제공하기에 충분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고, 주요 관련자들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등 비상계엄으로 엄중한 국면 속에서 국민이 이해하지 못할 일련의 행보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급기야 여당이 3대 특검에 대한 전담 재판부를 추진하면서 이에 대한 위헌 논쟁도 정국의 화두가 됐다. 이러한 논란과는 별개로 위법한 행위가 있었을 것으로 의심되면 수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비록 일부 고위 대법관에 대해서는 무죄가 확정됐지만, 전직 대법원장이 연루된 사법 농단 사건의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법원행정처가 법관을 사찰하고, 상고법원을 설치하기 위해 청와대와 특정 판결을 거래하려 했다는 것이 법원 내 진상조사로 드러나면서 농단으로 불리게 되는 대형 사건이다. 당시에도 법원은 검찰의 수사에 비협조적이고, 일부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하는 등 내란 혐의 사건에서 나타난 비슷한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은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 상태에서 기소되는 등 수사의 범위에서는 벗어나지는 못했다. 이 사건에서 보듯이 혐의가 있다면 수사와 재판의 대상에서 사법부도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  
 
정해훈 정치사회부 차장
정해훈 정치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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