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10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의 이민단속으로 체포된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수감돼 있는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앞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구금 사태의 당사자인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조지아주 공장 구축과 장비 설치 등을 국내에서 원격으로 진행하는 결단을 내렸다. 한·미 간 비자 이슈가 정리되기 전까지 대다수 한국 기업의 미국 현지 투자·업무 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걸 드러내는 상징적 사례다.
전문가들은 "미국 구금 사태의 후폭풍은 이제 시작"이라며 "미국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비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유사한 리스크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16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번 구금 사태로 인해 한국 기업과 근로자들의 트라우마가 상당할 것"이라며 "미국 내 경영 환경 악화를 감안해 비용이 더 들더라도 대부분의 업무를 자동화하는 등 우회로를 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엔솔이 선택한 미국 현지 공장 원격 셋업과 관련해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배터리 공장만 해도 다루는 기계와 화학약품 등이 특수해 원격 조종을 통해 기술 교육을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지금 당장 투자를 중단할 수는 없으니 기업도 궁여지책으로 업무 방식을 전환하는 걸로 보이는데 실제 성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기술자 직접 투입 없이 원격 조정으로 공장을 건설할 수는 없다"며 "(구금 사태로) 국내 기업들의 대미 투자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는 모양새"라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 현지 투자 일정과 인력 운용 이 어그러지고 있다. 미국 이민당국의 단속 대상이 된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은 내년 가동 예정이었으나 이번 사태로 인해 주요 인력이 모두 미국을 떠나며 일정이 최소 2∼3개월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미 간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미국 투자 재개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허 교수는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초기 단계 생산 인력 투입부터 불가능해 결국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양국 정부가 하루빨리 비자 문제에 대한 합의안을 마련해 한국 기업들이 호소하는 두려움과 긴장감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 역시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로부터 전문직 취업 비자인 H-1B 할당을 늘리거나 한국인 전문직 인력을 위한 별도 취업비자 제도가 신설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유사 사태 재발 방지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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