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구 대한상의 건물. [사진=대한상의]
정부가 경제형벌 합리화 TF를 본격 가동 중인 가운데, 경제계가 기업 및 기업인에 대한 불합리한 형벌제도를 전면 재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최태원 회장)는 최근 '경제형벌 개선 건의'를 통해 "경제문제는 형벌보다 과태료·과징금 등 경제적 제재가 효과적인 만큼 보다 정교한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배임죄 개선 등 18개 과제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2021년 정부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414개 경제 관련 법률에 5886개의 경제형벌 규정이 존재한다. 정부는 지난 8월 경제형벌 TF를 출범해 과도한 형벌로 인해 투자·고용 등 기업 경영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공정거래법상 형벌조항도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요국의 경우 경쟁법에 형벌조항이 없거나 담합 등 일부 규정에만 한정돼 있는 반면, 한국은 27개 규제 유형 대부분에 형벌과 양벌규정을 두고 있다.
특히 동일인 지정제도는 선진국에 없는 제도로, 기업집단을 지정하기 위해 동일인(그룹 회장 또는 최상단 회사)의 친족 자료를 제출토록 하고 미제출 시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 대한상의는 "친족 간 교류가 희박해진 현실을 고려할 때 이는 형벌의 책임주의 원칙과 충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수주액은 2022년 229.7조원에서 2024년 209.8조원으로 8.7% 감소하며 경기 위축이 이어지고 있다. 상의는 전기공사업법처럼 민간 전기공사 위반 시 형벌을 부과하면서 공공 발주 공사에는 예외를 둔 규정은 형평성에 어긋나며, 건설업계의 투자·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형벌 개선은 지난 정부에서도 시도됐다. 2022년부터 3년간 205개 과제가 발굴돼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 중 27건만 통과돼 입법률은 13.2%에 불과했다. 특히 배임죄나 공정거래법 형벌과 같이 기업 체감도가 높은 과제는 제외돼 실효성이 낮았다는 평가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경제형벌 개선과제는 대부분 법률 개정사항으로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불합리하고 시급한 과제를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입법까지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