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라는 무대를 내려놓고, 다시 글을 쓰고,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지금의 그는 과거보다 작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단단해지고, 매일 레벨업하며 확장되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고백한다.
“매일매일 열심히 사는 사람.”
김민지가 스스로를 소개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린 말이다.

아내, 엄마, 일하는 여성이라는 이름들 속에서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방식이 있나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여성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뭔가
- 역할이 늘어나고 거기에 따른 요구가 다양해질수록 내가 줄어들고 축소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저의 역할이 늘어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능력도 더 확대 되었다고 느낀다. 매일매일 레벨업 하는 느낌 이랄까요. 일을 그만두고 경제 생활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 때문에 아나운서 일때의 저보다 지금의 제가 후퇴 한 것처럼 보여지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결혼 출산 전에 저와 지금의 저를 비교해 보면 지금의 제가 훨씬 더 나은 사람이고 그때와의 저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엄마가 되고 나서 다양한 분야의 능력에 향상을 경험 한다고 한다. 그것을 외부에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실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는거다. 세상이 우리를 쉽게 판단하고 매도한다해도 우리 자신만은 스스로의 성장과 발전을 목도하고 축하하는 증인이 되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마음이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표현하셨는데, 그런 마음은 어떻게 기르고 다듬어졌나
- 그냥 그렇게 태어난 것 같다(웃음). 마음이 좀 쉬었으면 할 때도 있는데, 그게 잘 안 되더라. 아이를 둘을 낳아 길러보니까 모두에게는 각자가 가지고 태어난 모습이 있구나 싶다. 그 타고난 강점과 약점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 가는 게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글을 읽거나 음악이나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등,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느끼는 것이 제 마음을 다스리는데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아나운서라는 무대에서 물러난 이후, 지금의 ‘작가 김민지’로 서게 되기까지 어떤 시간이 필요 했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아나운서 김민지’로 기억하는데 그 호칭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 도 있나. 앞으로 무엇으로 기억되고 싶나
- 아직도 약간에 직업병이 남아 있어서 맞춤법이 틀리거나 비속어를 쓸 때 눈치를 살피게 되지만 그게 특별히 부담스럽지는 않다. 그 역시도 제가 선택한 저의 모습 중 하나다. 특별히 많은 분들께 기억 되고 싶은 마음은 없는 것 같다. 그냥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실망 시키고 싶지 않다. 그러니 정신 차리고 똑바로 살자. ’정도의 마음만 가지고 있다.
화려한 수식어를 내려놓고 ‘사람 김민지’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감정인가
- 분명 제게 많은 분들이 화려 할 거라고 기대 할 만 한 수식어들이 있지만 거기에 비해 스스로 화려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별히 제가 무언가를 내려놓는다고 의식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제 상황과 역할에는 변화가 있을 수 있어도 매일을 대하는 삶을 살아가는 저의 태도는 늘 똑같다.
작가님과 남편 박지성 두 분 모두 대중의 시선을 많이 받는 삶을 살아오셨는데 그 안에서 서로 가장 크게 의지한 방식이 궁금하다
-저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에 대해 인지하되 영향은 받지 않으려고 한다. 남편은 워낙에 오랜시간 대중과 관계를 맺어 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터득한 것 같지만, 저는 남편을 보면서 그러한 태도를 배우고 익히게 됐다. 사실 어떤 일이 있어서 핸드폰에 불이 나도 잠깐 꺼두면 제 일상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부끄러운 짓을 한 것이 아니라면 세상이 끝난 것도 아니다. 그 사실을 상기시켜주고 확인시켜주는게 서로의 역할인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로서의 박지성’을 보며 놀랍거나 감동했던 순간이 있었나
- 남편은 아이들을 정말 존중한다. 자신의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었으니 본인의 판단이나 경험에 자신감이 있는 만큼 그런 생각들을 강요 할 수도 있는데, 전혀 그런 면이 없다. 아이들의 존재와 삶을 각각의 고유한 것으로 바라봐 주고 인정해준다. 남편을 보며 많이 배운다.
사람들은 ‘전설’이라 부르지만, 가족으로서 가장 소중하게 기억하는 그의 평범한 순간은 어떤 장면인가
- 양팔을 활짝 벌리고 아이들이 안기기 쉽게 몸을 낮춘 채 활짝 웃는 얼굴이다. 그럴 때 남편 얼굴은 정말 빛이 난다. 아이들과 있을 때 남편은 그 어떤 영광적인 순간에서도 본 적 없는 얼굴을 보여준다. 이 사람이 정말 행복하구나 라고 느낄 수 있다.
아나운서로서 김민지, 엄마이자 아내로서 김민지, 사람으로서 김민지는 어떤 사람인가. 요즘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자신을 소개한다면 어떤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
- 매일 매일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결과는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고 마음처럼 되는 날도 안 되는 날도 있겠지만 저는 그래도 열심히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이 만큼은 열심히 살 것 같다.
김민지의 꿈은뭔가
- 뭐 하나를 완벽하게 끝내주게 해내지는 못하더라도 엄마로서 아내로서 딸로서 친구로서 사회인으로서 그래도 태어나서 두루두루 이정도 했으면 괜찮았지 라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삶이라면 만족스러울 것 같다.
마지막으로 반짝이려고 애쓰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 반짝이는 것도 좋고 애쓰는 것도 좋다. 정말 훌룽하고 멋진 일이다. 하지만 반짝이지 않아도 나쁘지 않다. 반짝이지 않은 채로도 즐겁고 행복하고 건강하고 많이 웃을 수도 있다.
세상에서 빛나는 사람이 되라든지, 성공을 향해 가라는 이야기 많이 하는데 그러니까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반짝이든 반짝 이지않든, 괜찮다. 부디 여러분의 몸과 마음이 안녕하길 바란다. 잘 지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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