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유 40%' 제재 우회한 '암시장' 거래…중국이 최대 수입국

  • 세계경제학자대회 셋째날, '지오이코노믹스' 대담

  • 제재에도 국제유가 안정됐더 이유는 '암시장 거래'

  • 러시아·이란·북한·시리아 '다크 유조선' 558척 운항

  • 월평균 780만톤 불법 거래로 서방 제재 효과 약화

  • "통화정책서 인플레 교란 암거래 반드시 고려 필요"

사진서민지 기자
헤수스 페르난데스 미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과 교수가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에서 마태오 마지오리 미 스탠포드대 교수와 대담하고 있다. [사진=서민지 기자]
국제사회의 석유 제재를 피한 '다크 유조선'이 원유 암시장에서 수출한 원유의 양은 월평균 780만톤이며 전세계 해상 원유 수출량의 약 4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강도 높은 제재에도 오히려 유가 상승폭이 제한되고 물가가 안정되지 못한 이유다. 

20일 헤수스 페르난데스 미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에서 마태오 마지오리 미 스탠포드대 교수와 대담에서 다크 유조선의 문제점을 짚었다.

다크 유조선은 AIS 신호를 끄거나 조작하여 위치·속도 정보를 숨기는 방식으로 국제사회 감시를 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르난데스 교수는 "AIS 데이터 내 선박 특성, 이동 패턴, 불규칙 운항 행태를 종합해 다층적 선박 클러스터링 기법으로 다크 유조선을 추적했다"고 밝혔다.

페르난데스 교수 분석에 따르면 2017~2023년 동안 평균 다크 유조선의 선박 규모는 558척이다. 전세계 원유 유조선의 4분의 1(25%) 수준에 달한다. 주요 제재 대상국인 이란, 시리아, 북한, 베네수엘라, 러시아에서 다크 유조선이 운항됐다.

암시장 원유 수출은 월평균 780만톤을 운반하며 이는 UN 통계에서 기록된 전세계 해상 원유 추출량의 43%에 해당한다. 특히 이란과 러시아가 주요 공급국이다. 최대 수입국은 단연 중국이다. 중국은 원유 암시장에서 2017년부터 2023년까지 9700만톤을 수입했다. 

페르난데스 교수는 "실험 도중 두 척의 유조선이 만났다가 신호가 끊기고 잠시 후 서로 헤어지는 사례도 발견했다"며 "2022년 1월 28일 페르시아만에서 제재 대상 선박과 비제재 선박 간의 불법 원유 이전이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논문
[사진=논문]

특히 2022년 이후 러시아산 원유 가격 제한 정책 이후 공식 기록된 원유 수출량은 급감했으나, 암시장 운송은 두 배 이상 증가하며 공급 감소 효과를 상당부분 상쇄한 것으로 파악됐다. 석유 제재에도 국제 유가 하락세가 지속된 원인이다. 

페르난데스 교수는 "암시장 선박은 제재 정책 효과를 약화시키고 석유 시장 분절과 가격 변동성 증가를 초래하며, 글로벌 경제에 복잡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암시장에서 거래한 저렴한 원유를 활용해 산업 생산을 확대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 경제에 파급 효과를 미쳤다"며 "미국은 원유 순수출국으로서 원유 가격 하락과 중국산 수입품 가격 인하로 인한 디플레이션 환경을 경험했지만 EU는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요국 중앙은행에서 국제사회 제재를 우회하는 불법 거래를 고려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 대응에 실패를 겪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페르난데스는 "정책 수립 시 암시장 운송의 규모와 영향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며 위성 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 기반 감시 시스템을 도입해 암시장 운송을 차단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가령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라면 러시아에 다시 석유 제재를 가할 때 '다크 유조선'이 어떻게 대응할지를 반드시 고려해야만 올바른 통화 정책을 설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테오 마지오리사진서민지 기자
마태오 마지오리 미 스탠포드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민지 기자]

마지오리 교수는 대담에서 반도체 산업과 같은 전략적 중요 산업에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과 그로 인한 기업의 대응 방식을 중점적으로 짚었다. 그는 미국이 촉발한 무역전쟁 가운데 최근 기업들이 발표하는 수백만 건의 문서를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미국의 수출통제는 대부분 반도체에 집중됐으며, 중국의 대응은 희토류 수출 통제에 몰려있다. 산업 내 영향력이 크고 대체가 어려운 전략적 섹터에 집중하는 경향이라고 마지오리 교수는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은 금융 서비스 분야를 독점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만약 제재 대상 국가가 스위프트(SWIFT) 같은 국제 결제망에서 제외되면 이는 단순한 거래 중단을 넘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중국은 주로 제조업 중심이며 전체 수입에서 30%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국이다. 그러나 중국이 독점적 지위를 가진 희토류 등의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권력의 비선형성이 크게 작용하지는 않는다.

미·중 기업들의 대응 방식도 차이가 났다. 미국 내 기업들은 주로 관세 부과 등 압력에 대해 가격 조정으로 대응하지만, 중국 내 반도체 기업들은 대규모 국내 연구개발 투자와 대체 기술 개발로 대응하고 있다. 

마지오리 교수는 "중국의 기술 개발 대응은 미국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부작용"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미국과 중국 양쪽 모두와 활발히 무역을 하므로 중간자로서 매우 복잡한 위치에 놓여 있다"며 "정책적 대응에서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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