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6·27 규제’가 나온 이후 두달 가까이 지나면서 정부가 준비 중인 주택공급 대책이 곧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부터 입주물량 부족이 현실화되는 데다 통상 대출 규제 효과가 3∼6개월 지나면 약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공급대책이 늦어지면 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급대책 발표가 향후 수도권 주택시장의 흐름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말 이재명 정부의 첫 주택공급 대책이 발표될 예정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르면 8월 안에 공급대책을 발표하는 것으로 원칙을 잡고 있다"며 "다만 대통령 순방 일정도 있어 실무적 조율에 시간이 더 걸린다면 늦어도 9월 초에는 발표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주택 공급대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관계기관과도 협의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발표 시기는 아직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주택공급 부족 우려는 집값 상승의 도화선이 돼 왔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2~2024년 고금리와 시장침체, 공사비 급등으로 연평균 주택 착공물량이 문재인 정부 5개년 평균 대비 약 21만 가구씩 줄었다. 현재 누적 공급 부족 물량은 약 63만 가구다.
대출 규제를 통해 시간을 번 정부로서는 장기적인 주택 시장 안정화를 위해 △도심 내 유휴부지와 노후 공공시설을 활용한 주택 공급 △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3기 신도시 속도 제고 △기존 신규택지 내 공급 물량 확대 등에 초점을 맞춘 공급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신도시 속도전을 강조한 만큼 3기 신도시의 용적률 상향 등 고밀개발과 사업 속도 제고를 위한 방안이 대책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3기신도시의 평균 용적률은 196%로, 1기신도시의 노후도시정비계획상 용적률인 300~350%와 비교하면 낮다. 용적률을 높여 고밀개발하는 경우 사업성을 확보하고 공급 속도도 높일 수 있다.
도심 내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위해 정부나 공공기관이 보유한 유휴부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신규 택지 개발과 보상, 인프라 구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과 비교하면 기존 도심 내 인프라가 이미 갖춰진 유휴부지를 개발하는 것이 훨씬 공급 속도가 빠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 가능성도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서초구 서리풀지구 등 4개 지구, 5만 가구 규모의 그린벨트 해제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 3만 가구 규모의 추가 발표를 예고했다.
현 정부의 첫 공급 대책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숫자'에 매몰된 대책이 아닌 현실성과 실행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선 정부들에서 나온 대규모 공급계획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오히려 시장에 혼란만 키웠다는 분석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2년 2개월간 부동산시장 관련 세부 정책 과제가 390개 발표됐으나, 지난해 말 기준 시행 단계에 이른 것은 59%(230건)에 그쳤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과거 정부들에서도 임기 초반 대규모 공급 대책을 발표했으나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사례들이 반복됐다"며 "공급부족 불안심리를 해소하기 위해 정비사업 활성화, 유휴부지 활용 등 총력전에 나서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구체적인 계획과 재원, 부지확보 등 확실한 로드맵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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