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 수정아파트(수정)에서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공작·광장 아파트(공작·광장)에 이어 신탁방식을 선택한 여의도 일대 재건축 단지들이 내홍을 겪고 있다. 신탁방식은 빠른 속도와 협상력 덕분에 여의도 일대에서 선호됐지만, 신탁사와 소유주 간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수정아파트 일부 소유주들은 지난 8일 조합직접준비위원회 발족식을 개최했다. 수정 재건축사업 운영위원회는 지난 2017년 한국자산신탁과 사업 시행자 계약을 맺었지만, 지난 2월 재건축 사업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6월 하나자산신탁과 업무협약(MOU)를 맺었지만, 그 사이 조합을 설립하자는 요구가 나온 것이다.
조합준비위 측은 △총회 개최 없이 MOU 체결 △제3자 수수료 의혹 △직접 조합 설립 절차 간소화 등을 이유로 꼽았다. 특히 추진위원회 과정이 생략 가능해 속도전도 우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시는 최근 정비구역 지정을 완료하면 추진위 단계를 생략하고 조합설립 인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조합준비위 측은 발족식에서 "이미 정비구역 지정이 됐기 때문에 토지등소유자 과반수 동의만 있으면 바로 조합설립으로 갈 수 있다. 동의만 빨리 받으면 6개월 만에 조합 설립도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의도 일대 신탁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에서 연이어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주된 이유는 신탁사가 소유주들과의 소통이 미흡했다는 불만이다. 사업시행자로 신탁사를 선정한 공작·광장 아파트의 경우 설계안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내홍을 겪고 있다.
공작은 최근 정비사업운영위원회의 운영위원 전원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KB부동산신탁과 운영위가 소형 평형 가구수를 대폭 늘린 설계안을 영등포구청에 제출해 문제가 불거졌다. 당초 약속과 달리 일부 소유주가 고층부를 배정 받지 못하게 됐다고 불만이 터져 나왔다. 광장 역시 설계안을 놓고 사업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과 소유주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신탁사는 1300가구 이상 설계안을 마련했지만, 소유주들은 가구수가 지나치게 늘어나면 가구당 품질이 저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여의도 재건축 단지들은 공사비 분쟁을 피하고 사업 속도를 내기 위해 신탁방식이 신탁사가 사업 초기에 직접 자금 조달을 책임지고, 시공사와의 협상을 도맡아하기 때문에 사업 진행이 더 수월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신탁사는 가구수를 늘려 분양 수익을 높이려고 하는 반면, 조합원들은 실거주 목적이 크기 때문에 품질을 더 중요시하는 등 입장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분양이 안되면 신탁사도 일정 부분 책임져야 하지만, 조합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지불하는데 분쟁 탓에 속도까지 느려지면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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