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들어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다시 빨라지자 은행권이 아예 대출 문을 닫아버렸다. 연초 목표치의 절반으로 줄어든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맞추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풀이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내부 회의를 거쳐 14일부터 10월 말까지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전세자금대출 신청을 아예 받지 않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6일 대출모집인의 8∼9월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실행분 접수를 막았는데, 이제 10월 실행분도 접수가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중단 대상 대출종류·지역도 전세자금대출과 전국으로 확대됐다.
신한은행은 10월 말까지 신규 주택담보대출에 모기지보험(MCI)도 적용하지 않는다. MCI는 주택담보대출과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대출 한도 축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IBK기업은행도 이날부터 대출 문턱을 더 높였다. 다른 은행으로부터 대환(갈아타기) 방식으로 넘어오는 대면·비대면 전세대출을 막고, 비대면 전세대출(i-ONE 전세대출 고정금리형)의 금리 자동 감면 폭도 0.20%포인트 낮췄다. 금리 감면 폭이 줄어들면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대출 금리가 그만큼 오르게 된다.
다른 은행들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하나은행·NH농협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9월분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신청을 받지 않고 있다. 기업은행은 아예 대출모집인의 주택담보·전세자금대출 추가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이는 최근 들어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가팔라진 데 따른 선제적 조치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60조8845억원으로, 7월 말(758조9734억원) 대비 1조9111억원 늘었다. 이 속도가 월말까지 유지되면 이달 전체 증가액은 역대 최대였던 작년 8월(+9조6259억원) 이후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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