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당국이 인공지능(AI) 칩의 중국 수출을 재개할 수 있도록 엔비디아·AMD에 면허 발급을 재개한 가운데, 두 업체가 대(對)중국 반도체 판매 매출의 15%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 업체가 대중국 수출 허가를 보장받는 조건으로 미 행정부와 이 같은 협약을 체결했다고 10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와 미 정부 관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와 AMD는 각각 중국 전용 칩 H20와 MI308의 매출 중 15%를 미국 정부에 지급해야 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 8일 수출통제를 관장하는 미 상무부 상업안보국(BIS)은 엔비디아와 AMD에 이 두 칩에 대한 중국 수출 허가 발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앞서 이 같은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허가 발급 이틀 전인 6일 관련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백악관에서 만났다고 FT는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4월 H20 반도체를 수출통제 목록에 포함한다고 발표했지만 지난 6월 황 CEO와 회동한 뒤 입장을 번복하며 대중국 수출통제 완화를 시사한 바 있다. FT는 “미국 기업이 수출 허가를 얻기 위해 수익 일부를 지불하기로 동의한 사례는 없다”면서도 “이번 거래는 ‘관세’를 고리로 국내 투자 등을 하도록 유도해 일자리를 유치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협상) 패턴과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월가 투자은행(IB) 번스타인에 따르면 4월 트럼프 행정부가 H20 반도체를 수출통제 품목에 포함하기 전까지 올해에만 엔비디아는 H20 칩 1만5000여개를 중국에 판매해 약 230억 달러(약 32조원)의 매출을 창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엔비디아는 FT의 논평 요청에 이번 협약에 동의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으며 “우리는 미국 정부가 전 세계 시장 참여를 위해 설정한 규칙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중국 반도체 제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급격한 노선 선회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핵심 기술이 중국에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게 미 행정부 대중국 정책의 기본적인 접근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 1기 때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부보좌관을 지낸 매튜 포틴저 등 외교·안보 전문가 20명은 최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H20이 중국 최첨단 인공지능(AI)의 강력한 가속기 역할을 하고, 군사 분야에서도 사용될 것”이라며 H20에 대한 수출 면허를 발급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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