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브라질산 커피 수입 문호를 대폭 확대하는 등 중남미 최대 경제국 브라질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브라질에 50% 관세 폭탄을 투하하며 미국-브라질 간 경제 협력이 약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국이 이를 기회로 브라질과의 경제 협력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난달 30일부터 향후 5년간 브라질 커피 수출업체 183곳에 대한 거래를 추가로 승인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오는 7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별 상호관세 발효를 앞두고 발표됐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브라질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쿠데타 모의 혐의 재판 진행 등을 이유로 미국으로부터 50% 관세를 부과받았고,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커피는 관세로 인한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의 폭탄 관세로 위기에 처한 브라질 커피 업계에 도움의 손길은 내민 셈이다.
다만 중국이 수입 문호를 확대한다고 해서 브라질 커피의 최대 수입국인 미국을 대체하기는 어렵다. 중국 내 커피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중국인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16잔에 불과하다. 미국인의 평균 소비량 400잔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브라질 커피수출업협회(CECAFE)에 따르면 지난 6월 브라질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커피는 약 44만 포대(60㎏ 기준)로 같은 달 중국으로 수출된 커피 5만6000포대의 약 8배에 달했다. 이런 점 등에 비춰볼 때 중국의 이번 행보는 브라질과 무역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호의적인 제스처를 보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 중국이 갑작스럽게 200곳에 가까운 브라질 커피 유통업체에 대해 수출 허가를 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비니시우스 에스트렐라 브라질 스페셜티커피협회(BSCA) 전무이사는 “이는 평범한 숫자가 아니다”라면서 “승인은 보통 20~30곳 단위로 이루어진다. 업체 183곳을 한꺼번에 승인한 것은 기록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브라질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브라질 기업에 대한 중국의 직접투자 규모는 3억7900만 달러(약 5260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8년 이후 중국의 대브라질 총투자액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 기간 중국은 브라질의 주요 주식 투자국 중 10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2001년 공식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순위다. 철도기업 중국중차(CRRC)와 건설사 중국교통건설유한공사(CCCC), 전력사 국가전력망공사(스테이트 그리드) 등 인프라 분야 중국 국영기업들도 브라질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브라질 경제지 발로르는 "세계 경제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브라질에 더욱 깊이 뿌리내리려고 하고 있다"면서 "양국 간 경제 및 지정학적 관계가 심화됨에 따라 중국 기업들은 입지를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WTO에 자문 요청...보우소나루 둘러싼 갈등 격화
중국과의 무역 관계 강화와는 별도로 브라질은 미국의 관세에 대한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우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라우두 아우키밍 브라질 부통령 겸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현지 기자회견에서 "통상 분야 관계장관 회의 결과 미국이 부과한 관세 인상 조치에 대해 WTO에 자문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미국이 브라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이유 중 하나인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은 더욱 격화하고 있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이날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해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비롯한 기존 명령에 더해 외부와의 접촉을 사실상 차단하는 가택연금 조치를 내렸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 패배 이후 쿠데타 모의, 선거 불복 폭동 선동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데, 1기 집권 시절 그와 각별한 친분을 유지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를 브라질에 대한 50% 관세 부과 이유로 명시해 내정 간섭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미국은 이날도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브라질 사법부의 가택연금 조치를 규탄했다. 미 국무부 서반구 담당 사무국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지모라이스 대법관은 현재 미국의 제재를 받는 인권 침해자이며 브라질 기관을 이용해 반대파를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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