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6일 경기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2025년 전반기 한미연합 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에서 F-35A가 플레어를 발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미국 핵무기가 17년 만에 영국 영토에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더타임스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공군의 핵무기 주요 저장 기지인 뉴멕시코 커틀랜드 공군기지에서 영국 서퍽의 레이큰히스 공군기지까지 10시간 동안 비행한 수송기가 추적됐다고 21일 보도했다.
수송기에는 영국의 최신 F-35A 전투기에 탑재 가능한 B61 핵폭탄이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F-35A는 미국 록히드마틴이 제작해 영국이 이미 도입한 F-35B의 개량형으로, 재래식 무기뿐만 아니라 핵 탄두도 장착할 수 있다. 사거리도 F-35B(약 1100㎞)의 두 배인 약 2200㎞다.
레이큰히스 기지는 미 공군 부대와 미군 병력이 주둔하는 기지다. 미국은 최근 B61 핵무기의 배치를 준비하며 방공호와 방어막을 추가하는 등 시설을 현대화했다.
영국은 냉전 종식 이후 최대 규모의 억제력 확대 일환으로, 미국으로부터 전술 핵무기 투하가 가능한 신형 전투기 1개 비행대(전투기 12대)를 도입하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이날 발표한 정책 문서에서 노퍽에 배치될 F-35A 전투기들이 미국의 핵무기를 탑재하게 될 것임을 공식 확인했다.
문서에는 “이들 신형 전투기는 마람 기지에 배치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 임무 수행을 위해 운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결정은 냉전 이후 영국이 자국의 공중 발사형 핵무기를 퇴역시킨 이후 처음으로 영국 공군에 핵 임무를 재도입하는 것”이라고 적시됐다.
분석가들은 이 수송기의 항로가 편도 수송으로 보인다며 이는 영국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의 핵무기를 수용하게 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윌리엄 알버크 전 나토 핵 비확산 국장(현 태평양포럼 선임연구원)은 “해당 수송기가 영국에 도착해 핵무기를 내려놓고,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통상적인 작전을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영국이 이 시설에 핵무기를 수용하기 위한 준비를 수년간 해온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이후 유럽 내 미국의 억지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이런 결정을 내렸으며 레이큰히스 기지의 핵무기 저장시설을 보수하기 위해 예산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곳은 냉전 기간 대부분 동안 핵무기를 다뤘던 장소이며, 유럽에 배치된 첫 미군 핵무기도 영국에 있었다”고 했다.
알버크 전 국장은 미 공군 제48전투비행단 소속 제493전투비행대대에서 제작한 새로운 ‘챌린지 코인(부대 소속원을 상징하는 기념 배지)’에 버섯구름이 그려져 있다는 보도도 언급했다.
그는 “이 비행기가 트랜스폰더(신호송신기)를 켠 채로 비행한 사실은 미국이 러시아에 의도를 일부러 알리고자 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핵무기 보관 구역이 있는 커틀랜드에서 레이큰히스로 트랜스폰더를 켠 C-17 수송기를 보내고, 그 비행기가 저장시설이 아닌 곳으로 돌아갔다는 점은 무기 전달을 위한 비행이었음을 뜻한다”고 부연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군사과학팀 선임연구원인 시다르트 카우샬 박사는 “B61 전술핵폭탄을 영국 공군 F-35A에 탑재하기 위한 수송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짚었다.
그는 “미국의 핵무기를 레이큰히스에 배치하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영국의 F-35A 전투기 도입 결정과 연결돼 있다면 더욱 의미가 크다”고 해석했다.
이어 “이는 전술핵무기의 사용 쪽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며 핵무기 운용 방식에 있어 일정 부분 유연성을 다시 도입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지난달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에서 F-35A 전투기 12대를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상 핵보유국이지만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형태의 핵무기만 보유하고 있다. 미국·러시아·중국 등이 다량 보유한 공중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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