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 공명당이 20일 치러진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목표로 내건 과반 의석수 유지에 실패했다. 중의원·참의원에서 모두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된 것으로, 정계 개편 및 정권 교체 등 다양한 가능성을 품은 채 일본 정국이 한동안 혼돈 상태를 이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오전 일본 공영 NHK 등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은 39석, 공명당은 8석에 그쳐 여당 합계 의석수 47석에 머물렀다. 선거 대상이 아닌 의석수를 모두 포함하면 참의원에서 여당 의석수는 총 122석으로, 과반인 125석에 못 미친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내건 목표인 50석 달성에 실패한 것으로, 이시바 총리는 지난해 10월 중의원(하원) 선거에 이은 잇따른 선거 패배로 퇴진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중심 정권이 중의원에 이어 참의원에서도 과반을 지키지 못한 것은 1955년 이후 처음으로, 일본 정치사적으로도 ‘역사적인 패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기존 22석과 같은 의석수를 차지해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이로써 자민당과 공명당을 중심으로 한 안정된 체제는 사실상 막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야권에서도 독보적인 정당 없이 성향이 다양한 여러 당이 난립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정국 혼돈 양상이 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장기간에 걸쳐 혼란의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며 “앞으로 본격적인 다당제가 막을 올리게 됐다”고 해설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선거에서 물가 급등과 외교 분야 최대 과제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 대응, 자민당의 정치 자금 문제 등이 주요 쟁점이었다고 짚었다. 이들 정책 과제에 대해 이시바 내각이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한 가운데, 외국인 관련 정책이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면서 ‘일본인 퍼스트’를 강조한 우익 성향 참정당 돌풍 등이 여당 패배를 이끌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전날 출구조사 결과 직후 NHK에 출연해 정권 운영을 지속할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며 총리직 유지 의지를 드러냈다. 민영 니혼TV에 출연해서는 정권을 내놓고 야당이 되거나 하야하는 선택지도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은 21일, “총리 스스로 내건 ‘과반수 확보’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내에서 사퇴 요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총리는 연립 확대를 검토 중이지만 야당 측은 이시바 정권과의 협력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닛케이는 “앞으로 예산안이나 법안 통과를 위한 정책 협력부터 연립 확대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하지 않으면 정치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자민당이 1989년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수를 잃은 후 공명당을 연립 파트너로 맞이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면서 “서둘러 안정의 길을 찾지 않으면 장기적인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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