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도 칼럼] 해외자원개발, '위험' 아닌 '기회'로 봐야 하는 이유

  • AI 시대, 미래 성장의 열쇠는 '핵심광물' 확보

김학도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김학도 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논설고문] 

대한민국은 지금 전례 없는 복합 위기와 기회의 변곡점에 서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저성장 고착화, 에너지안보 위협 등 급변하는 외부 환경 속에서, AI 산업 육성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국가적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제 에너지정책은 단순한 연료 수급을 넘어, 에너지와 자원을 국가의 전략적 자산으로 확보하고 활용하는 방향으로 근본적 전환이 요구된다. 새 정부가 국가의 미래성장을 선도할 ‘AI 산업 발전’과 ‘기후 대응’이라는 두 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피하다.
 
AI 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국가 전력 수요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AI의 심장인 데이터센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 처리량만큼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며, 이는 전력망의 불안정성을 야기한다. 미국 버지니아주의 데이터센터 전력 과부하 사태, 유럽에서의 서버 냉각수 부족 현상은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 없이는 첨단 산업의 지속적 발전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기후변화 대응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중심으로 한 무탄소 전원 체계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리적·경제적 제약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에 한계가 있고, 원자력 발전 역시 사회적 수용성이라는 높은 벽에 직면해 있다. AI 시대의 급증하는 전력 수요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이중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현실적이고 복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재생에너지 확산과 함께 원자력, 가스, 과도기적 석탄 발전을 병행하며, 탄소 배출이 많은 발전원부터 단계적으로 제외하는 ‘다원화된 에너지믹스’ 전략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국내외 저장소를 활용한 포집·활용·저장(CCUS) 체계와 연계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더불어,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소 생산·저장 시스템 등 신기술을 적극 도입해 간헐성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특히 CCS, ESS, 그린수소 등은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 모든 기술의 기반에는 리튬, 니켈, 희토류 등 핵심광물의 안정적 확보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국내의 현실적 한계를 고려할 때, 해외 이산화탄소 저장소 활용, 해외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 생산 후 도입 등 해외 자원을 연계한 새로운 전략이 요구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50년까지 최대 8460만 톤의 온실가스 저장을 위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공동 저장소 확보가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RE100 이니셔티브 역시 우리나라를 ‘재생에너지 조달이 가장 어려운 국가’ 중 하나로 지목했다.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 자원 및 기술과의 결합,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등 과제가 필수적이다.
 
과거의 에너지자원안보는 석유·가스 등 화석연료의 안정적 확보에 집중되었다. 이후 글로벌 공급망 이슈가 부각되면서 희토류 등 핵심광물의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이제는 ESS, 그린수소, CCS 등 신기술까지 자원안보의 범주에 포함된다. 일본은 이미 JOGMEC(일본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를 중심으로 해외자원개발, CCS투자, 수소·암모니아 생산, 핵심광물 대체재 개발 등 자원확보 전략을 국가정책의 중심에 두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AI시대의 필수 자원 확보와 해외 자원·기술의 실용적 결합을 위한 전략 수립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첫째 정부는 핵심광물, 수소, CCS 등 ‘신자원안보 분야’에 대한 선제적 투자로드맵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산업별 핵심광물 수요 예측과 공급 리스크 진단을 통해 우선순위를 도출하고, 고위험 항목은 공공 주도의 탐사·확보 사업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수소 및 CCS 기술은 탄소중립 이행계획과 연계해 기술개발 로드맵과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 민간의 초기 진입 부담을 낮추고 정책금융 등 투자지원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둘째 자원개발 투자와 정책의 지속성·예측 가능성을 보장할 법·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현행 공급망 3법(소재부품장비산업법, 공급망기본법, 국가자원안보특별법)은 포괄적 방향성만 제시할 뿐, 핵심광물 확보를 위한 구체적 실행수단이 부족하다. 유럽의 CRMA(핵심원자재법)처럼 핵심광물 확보를 국가 전략사업의 중심에 두고, 민간이 신뢰할 수 있는 법적 기반과 인센티브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셋째 민간과 공공이 실질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자본을 보유한 민간기업과 기술·정보력을 갖춘 공공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리스크를 분담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적 협력모델이 필요하다. 에너지 공기업들은 민간기업의 해외 진출을 촉진하는 전략적 파트너로서 공동 탐사, 현지 협상 등 고위험 초기 단계에서의 공공 역할을 강화하고 민관 공동사업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넷째 주요 자원보유국들과의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와 다자간 협력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우호국과의 장기 MOU, 기술협력, 공동개발 등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포괄적 협력이 필요하며, 현지 인프라 투자와 인력 양성까지 포함하는 조건부 지원 방식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공적개발원조, 녹색기후기금, 기술이전 등을 패키지화해 협력국과의 신뢰를 구축하고, 우리 기업의 참여를 전제로 한 지원 방식을 확대해야 한다.
 
새 정부가 ‘실용주의’를 내세워 자원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지금, 에너지 믹스에 대한 실용적 접근과 해외자원개발을 ‘위험’이 아닌 ‘기회’로 인식하는 전략적 전환이 절실하다. 단기 수익이 아닌 국가산업 생태계를 지탱하는 전략적 투자로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야 할 때다.
 
AI 시대의 에너지자원정책은 국가 성장의 핵심 인프라이자 정책 수단이다. 산업과 에너지 정책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된다. AI, 반도체, 전기차 산업의 기반이 되는 자원 확보는 국가 산업과 안보를 동시에 뒷받침하는 핵심 전략이 되었다. 이제 해외 자원을 단순한 ‘수입’에서 ‘확보와 활용’, ‘전략적 투자’의 대상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속가능하고 일관된 자원정책 재정립을 통해 우리나라가 AI·재생에너지·수소·원자력·핵심광물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길 기대한다.
 
 
 

김학도 필자 주요 이력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정치경제학 박사 △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 통상교섭실장 △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현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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