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화제의 중심에는 배우 이정재가 있다. '기훈'으로 살아낸 지난 6년의 시간을 마침표 찍은 이정재는, 시즌3을 끝으로 긴 호흡의 여정을 다 마쳤다.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담담하게,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게 '오징어 게임'이 남긴 것들을 이야기했다.
"시리즈가 잘 마무리돼 감사한 마음이 드는 반면 아쉬움도 남습니다. 오랜 시간 제작진과 함께한 추억이 많으니까요. '이렇게 끝나는구나' 그게 가장 아쉽죠. 보통 현장에서 길어봐야 6개월 정도 함께하잖아요. 그런데 '오징어 게임'은 몇 년을 같이 했으니... 이제 눈빛만 봐도 손발이 척척 맞는 사이가 됐는데, 함께 세계 각지를 다니며 일하기도 했고요. 이제 마지막이라는 점이 아쉬운 거죠."
이정재는 특히 시즌2 촬영과 홍보 무렵이 힘들었다며 "부담감이 컸다"고 털어놨다.

마지막 시즌까지 모두 공개된 지금, 그는 이전보다 훨씬 홀가분하다고 했다.
"이제 마지막 시즌까지 공개되니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마지막이라 그런지 긴장감도 덜하고요. 시즌2가 공개됐을 때만 해도 홍보를 하면서 혹시 말실수를 하지 않을까, 이건 말해도 되는 정보일까 머릿속이 복잡하고 걱정이 많았는데, 시즌3까지 다 공개되고 나니 이제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속이 시원하네요."
이어 그는 작품을 둘러싼 호불호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사실 작품을 하다 보면 호불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잖아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징어 게임'은 그 호불호에 대해 말할 때 조금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일반적인 재미만 쫓는 프로젝트가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에피소드마다 전달하고 싶은 소주제가 있고, 작품 자체에 메시지가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메시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생기고, 의견이 갈리는 건 오히려 좋은 일 아닐까 싶어요."
그는 잠시 말을 고른 뒤, 이번 작품을 통해 새삼 느낀 점을 꺼냈다.
"그래서인지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오징어 게임'에서의 호불호를 제가 뭐라고 쉽게 정의하기가 좀 어렵더라고요. 정리하자면, 시즌의 메시지가 강하거나 여러 메시지를 담은 작품은 자연스럽게 호불호가 나뉘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는 걸 이번에 새삼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이정재는 이번 시즌에서도 배우로서의 책임과 성실함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한 장면, 한 호흡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연기는 늘 그렇듯 최선을 다했어요. 특히 이번 작품에서도 여러 버전으로 촬영을 했고, 그 과정에서 OK 컷도 다 건졌죠. 편집 과정에서 어떤 장면이 선택되든 후회가 없을 만큼 여러 가지를 준비했기 때문에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번 시즌은 처음부터 배우로서 주도권을 쥐기보단, 창작자의 의도를 깊이 신뢰하고 따라가고자 했다. 그는 '오징어 게임'이라는 특별한 작품이 탄생한 이유를 너무 잘 알기에, 더더욱 그 세계를 존중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1이 너무 크게 성공하면서 사실 계획에 없던 후속편을 만들게 된 거거든요. 그만큼 시즌1을 사랑해 주신 분들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이번 시즌을 만들 때는 창작자가 시청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고 싶은, 본인이 부연하고 싶어 하는 지점을 최대한 따라가려고 했죠. 이해가 잘 안 간다거나 '이런 아이디어가 더 좋지 않을까' 하고 따로 의견을 내기보다는, 최대한 창작자의 의도에 맞춰가고 싶었고 따라가고 싶었어요."
배우는 늘 캐릭터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정재 역시 기훈을 두고 끊임없이 자문했다.
"기훈이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이런 결정을 할까, 저도 계속 고민할 수밖에 없었어요. 결국 '양심'이라는 단어가 자꾸 떠오르더라고요. 양심이라는 건 남들이 알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내 행동을 보고서야 짐작할 뿐이지, 본질적으로는 스스로만 아는 거니까요. 기훈도 자신이 옳은 행동을 하든, 혹은 그렇지 못하든, 늘 그 선택의 바탕에는 양심이 움직였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자기 스스로를 봤을 때 떳떳하고 싶다는 마음, 그걸 끝까지 지키려는 중심이 있었던 거죠."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 시즌3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게임 장면을 떠올리며, 그 순간의 에너지를 되짚었다. 대본에서 이미 느꼈던 긴장감이 훌륭한 배우들과 만나 현장에서 훨씬 더 생생하게 살아났다고 했다.
"마지막 게임 장면을 찍을 때, 연극을 하는 기분이었어요. 진짜로 그랬어요. 현장에서 배우들이 주고받는 호흡이 너무 좋아서, 편집을 거치고 나면 오히려 그 에너지와 호흡이 다 담기지 못할까 걱정될 정도였죠. 그 장면을 찍을 때 송영창 선배님을 비롯해 함께한 모든 배우들이 똑같은 얘기를 했어요. ‘마치 우리가 연극 공연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요. 배우로서도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었죠."
이정재는 오랜 시간 '오징어 게임'과 함께 걸어온 배우로서, 시리즈가 남긴 의미를 되짚으며 담담히 웃었다. 그는 시즌1부터 마지막 시즌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기훈을 어떻게 만들어왔는지, 또 그 과정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졌는지 솔직하게 털어놨다.
"시즌1 때는 정말 하고 싶은 대로 했어요. 어떻게 보면 기훈을 좀 더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어서, 제가 표현하고 싶은 방향대로 자유롭게 연기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작품이 너무 큰 성공을 하면서 시즌2, 시즌3로 이어지게 됐잖아요. 이미 13개의 에피소드를 다 보고 마지막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죠. 감독님도 '이 이상은 안 하겠다'고 했는데도 다시 하게 된 거니까요."

그는 시즌2, 시즌3의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를 떠올리며, 배우로서 다시금 마음이 끓었던 순간을 이야기했다.
"그 13개의 시나리오를 보면서 '이렇게까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호기롭게 다 쓴 작품이 또 어디 있을까?' 싶더라고요. 시즌1도 정말 하고 싶은 대로 만들어봤는데, 이번에도 '한번 더 해보자' 하는 마음가짐이었어요. 그리고 시즌2, 시즌3에 캐스팅된 배우들이 다 그런 마음이더라고요. '내 실력을 한 번 보여주자', '오징어 게임에 함께하게 됐으니 팀워크를 맞추자' 열정이 엄청 크게 느껴졌죠."
그러면서 그는 오히려 시즌1을 먼저 겪은 선배 배우로서 한 발 물러서 후배들이 마음껏 에너지를 발산하도록 지켜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저는 시즌1에서 하고 싶은 표현을 다 했듯, '당신들도 한번 해봐라' 하는 마음으로 현장에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시즌2, 시즌3는 기훈이 마치 지켜보는 듯한 위치에서 쓰여 있어서 그런 마음이 더 컸던 것 같기도 해요. 물론 순간순간마다 누군가 돋보이고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게,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도 제 몫이라는 생각이 있었고요. 시즌1을 해봤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이 준 의미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전했다.
"여러 의미에서 정말 큰 경험을 하게 해준 작품이에요. 기훈이라는 캐릭터도 사실 처음 맡아보는 결이에요. 이렇게 폭넓고 폭풍 같은 감정을 연기해본 건 처음이거든요. 그 자체로도 큰 경험이었고, 이렇게까지 큰 성공을 거두게 된 것도 감사할 일이죠. 또 그 덕분에 전 세계 여러 도시를 다니며 팬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제게는 정말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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