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9일 오후 1시 30분쯤 전남 곡성군 겸면 한 고사리 밭에서 80대 여성 A씨가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A씨 체온은 40도를 웃돌았다.
#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일하는 조선소 노동자들은 무더위와 악전고투 중이다. 작업자들은 작업복과 안전화 등 안전장비를 모두 착용하고 작업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체온은 더욱 올라간다. 용접 작업자나 햇볕이 내리쬐는 철판에서 도장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은 일찍 찾아온 땡볕에 사실상 방치돼 있다.
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하루에만 200명 넘는 환자가 쏟아지고 사망자도 늘고 있다.
1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가동한 이래 지난 8일까지 응급실을 방문한 누적 온열질환자 수는 총 1228명에 달한다. 이는 감시체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가장 빠른 1000명 돌파 기록이다.
이 중 사망자는 8명이다. 전년 같은 기간에 환자가 486명 발생한 것과 비교하였을 때 환자는 약 2.5배, 사망자는 2.7배 늘었다. 특히 이달 8일 하루에만 238명이 발생하면서 2018년 8월 3일 이후 처음으로 하루 200명 이상 발생 사례를 기록했다.
연령별로는 65세 이상이 33.6%를 차지하고 50대 이상이 61.1%로 나타났다. 작업장 28.7%, 논밭 14.4%, 길가 13.9% 등 야외활동 중 많이 발생했다.
2011년 감시체계 가동 이후 지난해까지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총 238명(남성 145명, 여성 93명)이며 이 가운데 65.5%인 156명이 60세 이상 고령자였다.
특히 외부 활동이 많은 산업 현장은 온열질환 위험에 취약하다. 최근 건설·물류·조선 등 폭염에 취약한 작업장에서 온열질환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5시 30분께 경북 구미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베트남 국적 23세 노동자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오후 4시 작업을 마친 뒤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웠지만 벽에 기대 앉은 상태로 숨져 있었다. 발견 당시 체온은 40.2도에 달했다.
온열질환은 열로 발생하는 급성질환이다.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 저하 등 증상을 보이고 방치하면 생명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 오한진 전 대전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몸을 시원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시로 물을 마시고 체온이 올라가서 땀이 많이 나면 시원한 곳으로 옮겨 쉬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대응해 가용 행정력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후 첫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폭염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철저히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김민석 총리는 "폭염은 기상 문제를 넘어서 사회 재난"이라며 "일하는 분들(노동자)을 안전하게 지키는 게 국가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