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도 불구하고 금리 정책에 매우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연준 내부에서는 관세발(發)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 상황을 고려해 당분간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이 이날 공개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연준 의원 19명 가운데 다수는 금리 인하의 필요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일부 위원은 “금리 인하가 전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으며, 몇몇 위원은 현재 금리 수준이 “중립적”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이는 연일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과는 다른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연준 금리는 최소 3%포인트 너무 높다”면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너무 늦는 사람(Too Late)’이라고 비판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의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도 의견이 갈렸다. 대다수 의원은 관세가 물가 상승에 지속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고 일부는 단기적인 가격 상승에 그칠 것이라며 영향을 축소해 해석했다. 연준은 “관세로 인한 효과의 시기, 규모, 지속 기간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해 기준금리를 3차례에 걸쳐 총 1%포인트 인하했지만, 올해 트럼프 2기 집권 후에는 트럼프발 관세에 따른 불확실성을 이유로 네 차례 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4.25~4.50%로 동결했다.
지난달 회의에선 금리 인하 시점을 올해 후반으로 잡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위원들의 목소리도 있었다고 의사록은 소개했다. 19명 위원 중 10명은 연말까지 2회 이상의 0.25%포인트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고, 7명은 올해까지 금리 인하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2명은 1회만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연준 내 금리 전망에 대한 견해차가 확대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면서, 그 배경에 대해 “관세 부과에 따른 인플레이션 영향에 대해 서로 다른 관측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실제 의사록에는 대부분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더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험을 지적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다만 “관세가 일시적인 가격 상승을 초래할 것이며,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전망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이견을 보인 일부 위원들도 있었다. 로이터는 의사록 내용이 이번 달 중에도 금리 인하에 대한 지지가 거의 없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한편 제롬 파월 의장은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가을 이전 금리 인하는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7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는 고려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일부 위원들은 “관세 인상과 정책 불확실성이 노동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발표된 6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하자 시장에서는 단기 인하 기대가 다소 약화됐지만 민간 고용은 둔화되고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FOMC는 연 8회 회의 중 오는 7월 29~30일에 5번째 회의를 가질 예정으로, 이번 회의에서도 인플레이션과 고용 지표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지난주 관심을 모았던 6월 비농업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온 가운데 금리 인하 여부는 다음 주 발표될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등에 달려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