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시골형 MICE', 지속 가능한 지역 해법

김기헌 영산대학교 관광컨벤션학과 교수
김기헌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교수
지방 소멸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청년층의 도시 이탈, 고령화 심화, 일자리 부족은 지역사회의 가장 큰 고민이 되었다. 이제는 관광 이상의 전략이 필요하다. 단기 체류형 방문이 아닌 지역에 사람이 모이고 머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 해법 중 하나가 바로 ‘시골형 MICE’다.

MICE 산업(기업회의·포상관광·국제회의·전시)은 고부가가치 인적 네트워크 산업으로, 과거에는 대규모 컨벤션센터와 특급 호텔이 필요한 대도시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자연과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지역만의 자원을 기반으로 한 소규모·체류형 MICE는 지역 재생과 경제 활성화에 열쇠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전통 한옥 대청마루에 20~30명이 둘러앉아 회의를 하고,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준비한 지역의 제철 식재료로 식사를 한 뒤 별빛 아래 막걸리와 국악으로 뒤풀이를 한다면 어떨까? 이는 참가자에게는 가장 ‘한국적인’ 경험이 되고, 지역에는 소득과 활력을 동시에 안겨준다. 이것은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고 문화가 살아 있는 지역 공간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골형 MICE’는 단순한 회의 유치가 아니라 지역을 무대로 한 창의적인 산업이다. 지역의 문화회관, 연수원, 전통 가옥, 유적지 등 기존 자원을 활용하고 행사 인력과 운영은 주민이 주도함으로써 지역 전체가 MICE 주체가 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수익을 넘어 청년 귀촌, 마을 창업, 공동체 회복으로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선순환을 가능하게 한다.

경북 청송군은 이러한 가능성을 가장 먼저 실현해낸 사례다. 벌써 12년 전 최신식 호텔 하나 없이도 ‘자연과 문화’, 그리고 ‘주민의 정’을 자산으로 삼아 MICE를 지역 전략 산업으로 육성한 바 있다. 관련 MICE 조례 제정과 함께 청송군은 ‘작지만 강한 MICE’로 도시 브랜드를 재구성하고, 관광 이상으로 깊은 체류형 체험을 제공하는 시골형 MICE 모델을 만들어 갔다.

MICE는 콘텐츠 산업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장소’보다 ‘이야기’이며, 하드웨어보다 사람과 감동이다.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자산이야말로 세계 어디에도 없는 글로컬 경쟁력이다. 청년이 떠나는 지역을 문화와 사람으로 채우는 방식, 그것이 바로 ‘시골형 MICE’가 가진 근본적 가치다.

이제는 대도시를 따라가기보다 지역 고유의 색과 이야기를 담은 MICE로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한다. 행사를 위해 누군가를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그 행사를 통해 지역 주민과 외부 방문자가 연결되고, 지속적인 관계망이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인구소멸 위기를 넘어 지역은 관광 목적지가 되고 일자리를 만들어 살고 싶은 곳, 돌아오고 싶은 곳, 함께하고 싶은 곳이 될 수 있다.
 
‘우리 것’의 힘을 믿고, 그것을 현대적으로 되살려내는 것을 실천할 때 시골형 MICE는 회의산업을 넘어 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무대가 될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