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로봇은 우리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까. AI에이전트는 우리가 부족한 면을 채워준다. 그렇다면 이 AI에이전트를 우리는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최근 AI를 탑재한 다양한 로봇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런데 이상하게 감흥이 없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로봇을 ‘기능’으로만 ‘전시’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니 그럼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말인가. 하루가 멀다하고 AI에이전트 뉴스가 쏟아진다. 그런데 놀랍게도 무릎을 딱 칠 만한 실용성이 잘 안 보인다. AI에이전트를 ‘신기술’로 잔뜩 ‘포장’만 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세상을 바꿀 만한 우리가 아직 모르는 대단한 사례라도 있다는 말인가.
ELEGNT. 뭐라고 읽어야 할까? 아무래도 엘레강스 단어를 차용한 듯하다. 우아하다는, 품위가 있다는 메시지인가? 이것의 반대말은 ‘기능’이고? 그런데 알아보니 Expressive and functionaL movEment desiGn for Non-anthropomorphic roboT 약어란다. 이것이 뭐래? 너무 인위적인 조합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뭘까. 아니 누가 하는 소리인가? 애플이다. 아이폰도 아니고 이제는 아이로봇인가?
애플의 실험적 엘레간트 램프 로봇. 어디 얼마나 다른가 시켜보자. 멀리 떨어져 있는 포스트잇을 읽어보라고 했다. 램프 로봇은 최대한 포스트잇이 있는 곳까지 가려 했으나 몸통 길이가 짧았다. 좌절하고 다시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시킨 사람 얼굴을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또 시켜보자. 어르신 약 드실 시간. 약과 물이 어르신 옆에 있다.
그러나 어르신은 금세 잊고 다른 일을 한다. 램프 로봇은 물과 약봉지를 어르신 앞으로 민다. 그리고 어르신 얼굴을 쳐다본다. 어르신이 알겠다며 자식보다 낫다고 칭찬하며 약을 드신다. 램프 로봇은 기분이 좋은지 몸통을 이리저리 움직인다. 더 시켜보자. 레고로 로봇을 만드는데 쉽지 않다. 만드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레고 로봇 제작 영상을 찾아서 벽면에 프로젝터처럼 쏘아서 보여준다. 레고 만드는 흐름에 맞춰 영상 흐름을 조절한다. 고맙다고 하자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든다.
이제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해보자. 음식을 만드는 데 신나는 음악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댄스 뮤직을 틀어준다. 그리고 곧바로 댄스를 춘다. 아주 즐거운 찰나. 확실히 터미네이터는 아니다. 엄청난 충격적인 ‘기능’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단지 내 눈을 지그시 응시하고, 내 말을 신중하게 들으며, 나를 강직하게 지키려 노력하고, 내가 버벅거릴 때 주저없이 도와주며, 나와 함께 춤을 출 뿐이다. 이렇게 살면 행복하지 않을까? 우아한 관계라고, 품위 있는 관계라고 말도 해도 괜찮지 않을까? ‘로봇과 어떻게 살고 싶은가’라고 애플은 지금 우리에게 묻는다. 참조로, 램프 로봇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해 애플 사례를 약간 각색했다.
월마트는 사업에 필요한 물품을 늘 구매해 왔다. 그러나 적시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품질의 물건을 항상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다. 심지어 10만 개 공급업체와 협상해야 했다. 그중 20%는 테이블조차 앉지 못했다. 이때 구원투수로 AI에이전트가 등장한다.
약 70%의 공급업체와 순식간에 계약을 체결한다. 약 3% 이상 비용 절감도 달성하고, 공급업체의 만족도도 계속 상승 중이다. 물론 아직 자비스는 아니다. 그러나 시간문제로 보인다. 인류가 지금까지 최대한 노력했지만, 한계에 부딪친 상황을 타개할 새로운 ‘양복 입은 홍길동’, AI에이전트가 맞냐고 우리에게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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