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증시 활황과 기준금리 인하 호재에도 국내 리츠(REITs)는 좀처럼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배당 매력의 둔화와 반복되는 유상증자가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 'KRX 부동산리츠인프라 지수'는 0.55% 하락했다. 같은 기간 'KRX 리츠 TOP10 지수' 역시 0.24% 내리며 주요 테마지수 가운데 유일하게 동반 하락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3.10%, 코스닥은 5.35%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리츠주의 상대적 부진이 더욱 두드러진다.
시장에선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과 이에 따른 배당 확대 기대가 리츠에 우호적인 환경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 주가 흐름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실제 상장 리츠 종목 중 상장 공모가(주당 5000원)를 웃도는 종목은 신한알파리츠(5650원)와 코람코더원리츠(5340원) 등 일부에 그친다. 대다수 리츠주는 2000~4000원대에 머물러 상장 후 지지부진한 수익률에 머물고 있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리츠 고유의 구조적 요인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예상 배당 수익률이 시가총액 상위 종목 기준으로 6% 안팎인데, 최근 밸류업 기대가 있는 일반 기업들과 비교하면 매력도가 크지 않다"며 "특히 리츠는 자산 확대와 함께 유상증자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구조여서 기존 주주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장 리츠 시가총액 상위 종목 순으로 △SK리츠(1조3271억원) 5.83% △롯데리츠(1조1212억원) 5.77% △ESR켄달스퀘어리츠(9227억원) 6.33% 등은 5~6%대의 배당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밸류업 프로젝트의 호재로 배당 매력을 끌어올린 은행·카드·보험 등 금융주의 배당률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JB금융지주 8.4% △동양생명보험 8.0% △우리금융지주 8.0% △삼성카드 7.8% △BNK금융지주 7.6% △대신증권 7.4% △한양증권 7.4% 등은 7% 이상의 배당률을 보인다.
한편 배당률 9%를 상회하는 고배당 리츠주의 경우 주가가 공모가 대비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1450원) 17.52% △제이알글로벌리츠(2615원) 14.91% △NH올원리츠(3535원) 11.32% △미래에셋글로벌리츠(2750원) 9.6% 등이다.
시장 관계자는 "배당 수익률만 놓고 보면 8~15%에 달하는 저가 리츠도 있지만, 주가가 낮은 데는 이유가 있다"며 "이들 종목은 대부분 사업 구조나 자산 안정성 측면에서 리스크가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일부 리츠는 리파이낸싱 부담, 공실률 증가 등 개별 리스크까지 겹치며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리츠 시장의 자산 규모는 확대 추세다. 국내 상장 리츠 자산 규모는 지난 2017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지난 5월 기준 18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역시 유상증자를 통해 자산을 확대하는 구조다 보니, 성장에도 불구하고 주가에는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다만 하반기에는 정책적 모멘텀을 통해 리츠 시장에 활력이 붙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지난 5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리츠를 코스피200지수에 편입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을 대신하는 '프로젝트리츠'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오는 11월 시행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수 편입이 현실화되면 기관 및 개인투자자 유입이 확대돼 리츠 유동성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배당 수익률의 '절대 우위' 확보가 리츠 시장 반등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업계에서는 "리츠의 경우 다른 일반 기업과 달리 시계열이 짧아 배당 트랙레코드가 충분하지 않다"며 "다만 투자자들이 다시 관심을 갖기 위해선 일반 기업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높은 배당 수익률을 꾸준히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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