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기상청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유럽 전역은 뜨거운 공기가 배출되지 못하는 '열돔'의 영향으로 이상고온과 가뭄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기준 유럽 주요 도시의 기온은 △그리스 아테네 39도 △스페인 마드리드 37도 △포르투갈 브라가 39도 △이탈리아 로마 30도 등을 기록했다. 그리스에서는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의 출입을 폐쇄하고 이탈리아는 낮시간 작업을 금지하고 있다.
폭염뿐 아니라 유럽 곳곳에 가뭄과 산불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폴란드를 대표하는 강 중 하나인 비스툴라 강은 가뭄으로 바닥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와 세르비아에는 더위 때문에 초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폭염이 경기 둔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알리안츠리서치는 “올해 폭염으로 유럽의 경제 성장률이 기존 전망보다 0.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의 폭염으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농축산물 국제 가격이다. 기온이 평년보다 급등하게 되면 지중해 인근에 농산물 작황은 부진해지고 축산물의 생산성은 떨어진다. 특히 대유럽 수입 비중이 높은 버터, 탈지 분유, 올리브유 가격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국내로 수입된 버터 중 유럽산의 비중은 54%에 달하고 올리브유 중 유럽산의 비중은 99%에 이른다.
탈지분유와 올리브유도 상황이 좋지 않다. 아이스크림 등에 사용되는 탈지분유 가격은 t당 2783달러로 전주 대비 1.7% 뛰었다. 올리브유는 t당 6724.62달러로 대란이 발생했던 지난해보다 26% 낮지만 여전히 평년보다 30%가량 높은 상태다.
식품업계는 유럽의 폭염과 농산물 작황 상황을 보며 대책을 세우는 모습이다. 한 식품 기업 관계자는 "유럽산 버터 탈지분유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폭염이 심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사전에 계약해둔 물량이 있어서 당장의 차질은 없지만, 폭염이 장기화되면 수입국 다변화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은 많지 않다. 이미 한국과 유럽연합(EU)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가라 버터와 탈지분유, 올리브유는 사실상 무관세로 들어오고 있다. 정부가 업계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적용하는 할당관세를 쓸 수 없다는 의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직 업계의 공식적인 도움 요청은 없는 상황"이라며 "유럽 날씨와 국제 시장의 상황이 더 불안정해지면 업계와 논의해 대책을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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