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헌의 스포츠+] 피는 못 속인다…韓 축구 '부자 국가대표' 계보

  • 한국 최초 부자 국가대표는 고(故) 김찬기-김석원 부자

  • 차범근-차두리 부자, 한국 축구에 큰 족적

  • 이을용 아들 이태석·이기형 아들 이호재, 대표팀 활약 기대

한국 축구에 큰 족적을 남긴 차범근오른쪽-차두리 부자는 한국 축구 역사상 두 번째 부자 국가대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축구에 큰 족적을 남긴 차범근(오른쪽)-차두리 부자는 한국 축구 역사상 두 번째 부자 국가대표다. [사진=연합뉴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말이 있다. 특히 체육계에 스포츠 스타 출신 아버지를 둔 2세가 의외로 많다. 축구 선수 출신 부자(父子)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는 아버지에 이어 태극마크를 단 두 명의 선수가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한국 축구 최초 부자 국가대표는 고(故) 김찬기-김석원 부자다.

고 김찬기 전 청소년 대표팀 감독은 1950~1960년대에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하며 총 37번의 A매치에 출전했다. 

그의 장남 김석원은 1984년부터 1985년까지 A매치 8경기에 출전해 한 골을 기록했다.

두 번째 부자 국가대표는 한국 축구에 큰 족적을 남긴 차범근-차두리 부자다. 

1970~1980년대 독일 분데스리가(1부)에서 '차붐' 열풍을 일으킨 한국 축구 전설 차범근 전 감독은 A매치 136경기에 출전해 58골을 넣었다. 한국 대표팀 최다 출전, 최다 득점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독일), 셀틱(스코틀랜드), FC서울 등에서 활약한 차두리 화성FC 감독은 2001년부터 2015년까지 대표팀 측면 수비를 도맡으며 76경기 네 골을 마크했다. 2002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기도 하다. 

차두리 감독은 지난해 12월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2(2부)에 합류하는 신생팀 화성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처음 프로팀 감독을 맡았다. 아버지를 따라 사령탑의 길을 걷는다. 그는 지난 2월 K리그2 2025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선수 때는 아버지만큼은 안 됐다. 하지만 혹시 모른다. 감독으로 잘 준비하면 아버지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자신감 보였다.

이후 한국 축구 부자 국가대표는 한동안 계보가 끊겼다. 그런다 지난해 11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이을용 경남FC 감독의 장남 이태석이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면서 세 번째 부자 국가대표가 배출됐다.
 
2025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을 앞둔 축구 국가대표팀 이호재왼쪽와 이태석이 3일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종합운동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5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을 앞둔 축구 국가대표팀 이호재(왼쪽)와 이태석이 3일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종합운동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을용 감독은 A매치 51경기에 출전해 3득점을 올렸다. 월드컵에도 두 차례(2002·2006년) 참가했다. 2002년 4강 신화 당시는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왼쪽 측면 수비수 이태석은 K리그1(1부) 서울을 거쳐 현재 포항 스틸러스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아버지와 같은 왕성한 활동량과 날카로운 왼발 킥이 강점이다.

지난 7일 막을 올린 동아시안컵을 통해 역대 4호 한국 축구 부자 국가대표도 나왔다. 이기형-이호재 부자다.

이기형 옌볜 룽딩(중국) 감독은 과거 '캐논 슈터'로 이름을 알렸다. 공격력을 갖춘 측면 수비수로 명성을 쌓으며 A매치 47경기 6골을 터뜨렸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처음 국가대표로 선발된 공격수 이호재는 192cm의 장신에서 나오는 고공 플레이가 강점이다. 올 시즌 포항 소속으로 K리그1 20경기에서 8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한국 축구 3, 4호 부자 국가대표인 이태석과 이호재는 지난 7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끝난 중국과 동아시안컵 경기에 각각 선발과 교체로 출전해 팀의 3대0 승리에 기여했다.

두 선수는 한국 축구의 미래로 꼽힌다. 내년 7월 열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출전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김대길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9일 본지와 통화에서 "이태석은 경험이 쌓이다 보니 완성도도 높아지고 있다. 잘하고 있다"면서 "대표팀 주전 포지션 경쟁에서 굳히기에 들어가고 있는 단계로 봐도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만약 이태석이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하면 한국 축구 역대 2호 부자 월드컵 출전 기록이 작성된다. 현재 한국 축구 부자 월드컵 출전은 차범근-차두리가 유일하다.

이호재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 김 위원은 "최근 기량이 급성장하고 있다. 남은 1년 동안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대표팀 공격수 경쟁에서 변수를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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