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가 지난 5월 발표한 '2025년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 재해조사 대상 사망 사고 발생 현황 잠정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137명, 산재 사고는 129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38명(136건) 대비 1명(0.7%), 7건(5.1%) 감소한 수치다.
다만 업종별로 살펴보면 사고가 잦은 건설업에서는 71명(63건)이 사망해 오히려 7명 늘었다. 사망자가 늘어난 것은 지난 2월 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복합리조트 신축 공사장 화재 사고로 6명이 숨지고, 같은 달 25일에도 경기 안성 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4명이 사망하는 등 대형 참사가 연달아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통계에 따르면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산재 사망자 수가 줄지 않고 있는 점에서 현행 중처법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처법 적용 이전인 2021년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248명이 산재로 사망했는데도, 지난해에는 250명이 숨졌다. 다만 해당 통계는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 등을 이행하지 않아 발생하는 산재 사망 사고만 분석한 통계로, 모든 산재 사고가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계에서는 중처법이 시행됐음에도 사망자가 줄지 않는 원인으로 '사전 예방'보다 '사후 처벌'에 방점을 둔 현행법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산업 재해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 해결은 뒷전으로 미룬 채, 정작 사고가 발생했을 때 중처법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안전 조치만 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사고를 예방해야 할 건설사들은 중처법 시행 이후 안전 관련 예산을 늘리고는 있지만 대부분 안전 관리자 인건비나 사고 예방을 위한 컨설팅비로 사용하고 있어 사망 사고 예방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한 △최저가 낙찰제 △불법 하도급 △인력 수급 문제 △외국인 근로자와 미숙련 근로자 급증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사망 사고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중처법 시행 이후에도 사망 사고가 좀처럼 줄지 않자 정부는 칼을 빼들었다. 어린 시절 가난으로 중·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소년공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이재명 대통령은 노동자 사망 사고에 특히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지난 7일 이 대통령은 인천의 한 도로 맨홀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2명이 질식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진 이른바 '인천 맨홀 사고'가 발생하자 "일터의 죽음을 멈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현장 안전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지 철저히 밝히고, 중대재해처벌법 등 관련 법령의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조치를 취하라"고 강조했다.
이에 노동당국은 즉각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처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고, 다단계 하도급 과정에서의 중처법 위반 여부를 포함해 사고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 엄정하고 신속히 수사할 계획을 밝혔다.
특히 발주처인 인천환경공단 또한 사고가 난 업체들과 사실상 도급 관계로 볼 수 있다는 판단하에 도급 구조를 다시 살펴보고 중대재해법이 적용될지를 판단할 예정이다.
아울러 노동부는 인천 맨홀 사고와 관련해 밀폐공간이 있는 사업장이나 맨홀 관리 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관리감독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폐수처리시설, 공공하수처리시설 등 질식재해 위험사업장 등을 대상으로는 긴급점검 방안을 수립해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이 대통령의 지시와 관련해 근원적인 산재 원인을 발굴해 해소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 협의체 등을 조만간 구성한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