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사상 첫 E등급, 관광공사만의 책임인가

김다이 기자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한국관광공사는 사상 처음으로 ‘아주미흡(E)’ 등급을 받았다. 2022년 B, 2023년 C등급에 이어 해마다 한 단계씩 하락한 결과다. 수치상으로는 분명 ‘부진’이지만 그 원인을 온전히 기관의 책임으로만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이번 평가는 △재무실적 △생산성 △기관 운영 효율성 △사회적 책임 등 네 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이뤄졌다. 관광공사는 △재무 건전성 악화 △생산성 저하 △운영 비효율성 △사회적 책임 이행 부족 등 전반적인 지표에서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장기간 지속된 ‘리더십 공백’이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2024년 1월, 전임 사장이 중도 사퇴한 이후 현재까지 사장 자리는 공석이다. 본부장급 간부들마저 이달 말이면 모두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된다. 리더가 없는 조직에서 의사결정 지연과 추진력 저하는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사장 공백 장기화의 책임을 온전히 기관에만 묻는 것은 부당하다. 인사권은 정부가 쥐고 있다. 관광공사는 그간 두 차례 사장 공모를 진행했지만 모두 불발되며 인선이 지연됐다. 경영 효율성과 혁신을 요구하면서 정작 리더를 세우지 않는 모순된 구조가 결국 ‘E등급’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장이 ‘낙하산’ 논란 속에 교체되고, 인사 공백이 장기화되는 악순환은 이제 끊어야 한다. 특히나 관광공사처럼 산업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읽고 민간과 발맞춰야 할 기관은 ‘속도’와 ‘전문성’이 생명이다.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성과를 내라는 요구는 어불성설이다.

또 하나 짚어야 할 것은 관광공사의 재무구조다. 관광공사는 구조적으로 자체 수익보다는 정부 예산, 특히 관광진흥개발기금에 대부분을 의존한다. 기금 의존도가 높은 기관은 구조적으로 평가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

코로나19 당시 내수 진작을 위한 기금 확대 덕에 관광공사의 외형 실적은 상승했다. 그러나 2022년 이후 기금은 지속적으로 줄었고, 작년 7월 출국납부금이 1만원에서 7000원으로 인하되면서 재정 기반은 더욱 취약해졌다. 하반기 예정됐던 추경도 무산됐다. 

사업 예산이 줄면서 사업 규모가 축소됐고, 이에 따라 수익성도 낮아졌다. 이는 재무성과 지표에서 관광공사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단순한 실적 수치만으로 기관의 노력을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 관광공사의 지난해 기금예산 집행률은 97~98%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경영공시에서 무벌점을 기록했고, 동반성장평가에서 최우수 등급, 기관 청렴도 평가에서도 5년 연속 2등급을 유지했다.

그런데도 재무성과 지표 중심의 평가 체계에서 이러한 성과는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실무자들이 예산 불확실성과 인사 공백 속에서도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낸 결과였지만, 이번 평가로 이들의 노고는 가려졌고 조직 전체의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관광산업은 현재 팬데믹을 지나 재도약의 기로에 서 있다. 해외 관광객 유치, 지역관광 활성화 등 수많은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공공기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경영 실적 평가는 개선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해 공공기관이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시스템부터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진짜 ‘공공성’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