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10년, 혁신이냐 생존이냐] 인프라·규제 완화 없인 혁신도 없다…당국 지원이 관건

  • 당국 혁신펀드·간담회 등 다각도로 핀테크 산업 지원

  • 업계 체감은 미미…실질적 지원 확대, 제도 개선 요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 핀테크 산업의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와 인프라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수천억 원 규모로 혁신펀드를 조성하고 현장 간담회를 확대하는 등 전방위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속도도 실효성도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도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핀테크 생태계 역시 제자리걸음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핀테크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2020년부터 '핀테크 혁신펀드'를 조성해왔다. 지난해까지 조성된 규모는 총 5133억원이며 이 중 2824억원이 실제 투자로 이어졌다. 당국은 2027년까지 총 1조원 규모로 펀드를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 차원에서 자금 조달 지원과 정책금융기관 대출·보증 등 연계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투자 회복 움직임은 일부 빅테크·토큰증권(STO) 시장에 국한되면서 전체 기업에 대한 자금 유입은 아직 제한적인 상황이다. 업계는 정부의 지원 의지와 달리 매출 등 현재 가치를 중심으로 한 심사, 중간구간 기업 지원 부족 등을 한계로 보고 있다.

금융위가 핀테크 기업의 현장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운영 중인 '찾아가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간담회도 정작 기업 체감도는 낮았다. 당국은 현장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2년 동안 간담회를 총 22회 진행하며 150여 개 기업을 직접 만났지만 단순 상담 수준에 그치는 사례가 많았다는 이유에서다. 정책 성과가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일정 요건 충족 시 즉각적인 테스트베드 참여나 실증특례 신청까지 연계돼야 하는데 아직 이런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당국은 현장의 규제 사각지대를 파악하고 규제 샌드박스 신청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컨설팅 기능을 병행했지만 이마저도 샌드박스 지정까지 평균 3~6개월 이상 소요돼 긴급한 사업 전환에는 적시성이 떨어진다.

보수적인 금융 인프라 환경이 스타트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사례도 있다. 실제 금융권의 인프라 측면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되는 것은 망분리와 같은 클라우드 관련 규제다. 전자금융감독규정상 금융사는 내부망과 외부망을 물리적으로 분리해야 하기 때문에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개발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금융위는 지난해 9월부터 일부 업체에 망분리 예외를 허용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금융 AI 솔루션을 금융기관이 그대로 클라우드로 연동하는 소프트웨어형 서비스(SaaS)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명확한 규제 환경이 구축되고 정책 실행력이 강화되면 K-핀테크의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컴퍼니는 한국이 디지털 인프라 혁신과 제도 정비를 병행하면 204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1조 달러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기술 혁신에 발맞춘 제도·인프라 개선이 이뤄져야만 진정한 의미의 핀테크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핀테크 기술력 자체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섰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적·물리적 토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혁신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며 "규제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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