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아침 서울역 광장을 가득 메운 200여 명의 러너들. 대부분은 운동복 차림에 이어폰 없이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도심 한복판에서 펼쳐진 러닝 행사 ‘런 레이브(RUN RAVE)’의 풍경이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런트립(Run+Trip)’이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런트립은 운동화 한 켤레만 있으면 되는 간편함, 어디서나 가능하다는 접근성이 특징이다.
25일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2024년 런트립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언급량은 2021년 대비 약 598% 급증했다. 최근 3년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런트립의 목적은 ‘건강과 치유(50%)’, ‘관계(8%)’, ‘여행(5%)’ 순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운동을 넘어 몸과 마음을 돌보고, 타인과 교류하며 지역을 체험하는 다차원적 활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러닝 트렌드는 기록 중심의 마라톤에서 벗어나 ‘참여’와 ‘즐거움’을 중시하는 ‘펀런(Fun Run)’으로 이동했다. SNS에서 ‘펀런’ 관련 게시물은 2023년 대비 2024년 338% 증가했다.
러너들은 ‘기록’보다 ‘참여’에 초점을 맞춘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금천구청장배 건강달리기 대회는 완주 후 수육과 두부김치를 제공해 ‘수육런’으로 화제를 모았고, 유아차를 밀며 달리는 ‘서울 유아차 런’과 ‘기부런’, 마트 콘셉트를 결합한 ‘배민 장보기 오픈런’도 등장했다. 러닝은 이제 지역과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새로운 문화로 확장되고 있다.
![런 레이브 행사 시작 전 준비운동을 하는 참가자들 [사진=포컬포인트]](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5/06/25/20250625145353246950.jpg)
◆도심이 여행지가 되는 순간 ‘런 레이브’
지난 22일 오전 서울역에서 열린 ‘런 레이브’는 수제파이 브랜드 ‘포컬포인트’와 스포츠 커뮤니티 ‘1000칼클럽’이 공동 주최한 러닝 행사다. 참가자들은 서울역을 출발해 서울로를 지나 손기정체육공원까지 약 5km를 달렸다.
이날 행사는 이어폰 착용을 금지하고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달리는 것을 기본 규칙으로 삼았다. 각자의 페이스에 따라 그룹을 나눠 무리하지 않고 행사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서울 런트립을 위해 찾은 외국인 러너들도 함께했다.
행사에 참여한 손소희씨(32)는 “평소 자주 오가던 길이었지만, 이렇게 러닝으로 마주하니 서울의 거리와 사람, 리듬이 여행처럼 낯설고도 생생하게 다가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완주 후에는 포컬포인트 매장에서 커피와 논알콜 음료, 디저트가 제공됐으며, 럭키드로우와 냉수욕 체험 등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김혜리 포컬포인트 대표는 “술 없이도 몰입감 있고 에너제틱한 경험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며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러닝과 커뮤니티, 비알코올 기반의 즐거움을 결합한 도심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을 확산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 도심 속 런트립 명소
이처럼 런트립은 꼭 여행지에서만 가능한 방식은 아니다. 일상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경복궁의 돌담길, 청계천의 수변 산책로, 한강을 따라 이어진 자전거 도로까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서울의 거리들은 시간대와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제공한다.
런트립을 처음 시도해 보고 싶다면, 서울 도심에서 즐길 수 있는 대표 코스를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표 코스 중 하나는 ‘한강 리버런’이다. 반포대교에서 시작해 여의도, 망원 한강공원까지 이어지는 왕복 약 10km 코스로, 강변을 따라 달리며 도심과 자연이 공존하는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특히 해 질 무렵이나 야간에는 조명이 켜진 다리와 수변 조형물이 어우러져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코스가 비교적 평탄해 초보자도 즐기기 좋다.
전통과 고즈넉한 분위기를 함께 느끼고 싶다면 ‘고궁 힐링런’을 추천한다. 경복궁을 출발해 청와대 앞길과 북촌 한옥마을까지 이어지는 코스로, 조선 시대의 역사와 서울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이른 아침 시간대에는 인파가 적어 한옥 골목 사이로 비치는 햇살과 고궁 풍경을 여유롭게 만끽할 수 있다.
또 다른 추천 코스는 ‘청계천 도심런’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인근에서 시작해 광교와 서울광장까지 이어지는 약 5km 코스다. 이 코스는 수변 소리와 나무 그늘 덕분에 도심 속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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