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핀테크 업계는 혁신적인 서비스와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동시에 시장 포화와 국내 규제 탓에 한계에 직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성장 가능성이 큰 K-핀테크 업체들이 동남아시아 등 금융 인프라가 필요한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흥국은 새로운 금융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며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란 기대감이 크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핀테크 기업인 밸런스히어로와 페이워치는 각각 인도와 동남아시아 5개국(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홍콩 등)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인도에서 핀테크 플랫폼을 운영 중인 밸런스히어로는 인도 시장을 중심으로 5년 연속 연평균 100%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인도의 폭발적인 수요 확대와 정책적 지원 환경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꼽고 있다. 이철원 밸런스히어로 대표는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디지털 금융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이 흐름을 적극 활용해 인도 인구의 70%에 해당하는 10억명을 겨냥한 현지화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인도 정부의 디지털인디아(Digital India) 정책이 핀테크 산업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며 "정부가 구축한 디지털 인프라 덕분에 비즈니스 확장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인디아는 2015년 출범 이후 통합결제, 생체인증 등 공공 디지털 인프라를 조성해 금융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인도는 현재 글로벌 디지털 경제 3위 국가로 도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남아 시장에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 중인 페이워치 역시 현지화 전략과 앵커 전략(핵심 고객 및 파트너 확보)을 통해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다. 김휘준 페이워치 대표는 "각국의 상황에 맞춘 현지화 전략과 주요 기업과의 파트너십이 동남아 시장 안착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페이워치는 약 3억명의 경제활동인구와 1억명 이상의 대기업 현장 근로자를 주요 타깃으로 사업을 운영 중이다. '급여 미리받기'는 근로자의 신용이 아닌 기업 신용을 바탕으로 임금의 일부를 선지급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근로자의 사금융 의존 문제는 물론, 기업의 인력난 문제까지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엔 누적 거래액 2000억원, 누적 가입자 20만명을 돌파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K-핀테크 기업들이 신흥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모바일 기반 소액 금융, 대안 신용평가 등 현지 실정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인 덕분이다. 젊은 인구 구조, 높은 디지털 금융 수용도, 빠르게 확산되는 스마트폰 보급률 등은 K-핀테크가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으로 꼽힌다.
다만,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단순한 이론적 접근을 넘어 현업에 필요한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대표는 "인도네시아 진출 당시 라이선스 취득 과정에서 현지 핀테크 기업들의 보이지 않는 견제나 로비에 막혀 돌파구를 찾기 어려웠다"며 "그러던 중 인도네시아 인터넷전문은행 은행장 출신 인사를 만나 조언을 얻었고, 이를 통해 현지 규제 환경에 맞는 해법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기업은 앞으로도 현지 맞춤형 서비스 고도화와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에 집중하며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한국 핀테크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시장의 성숙도보다 성장 속도와 잠재력에 주목해야 한다"며 "시장만 제대로 공략한다면 K-핀테크의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 역시 "현지 환경에 맞춘 전략과 서비스로 앞으로도 새로운 성장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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