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재원 논설위원장]
서방국가들의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양대 축이 G7(경제)과 나토(안보)다. 이 대통령은 세계가 지정학적, 지경학적으로 가장 리스크가 커진 이때 첫 외교길을 트고 있다. 그가 주창한 국익우선 실용외교의 첫 테스트 베드이다. 1박3일의 초청외교지만 의미가 작지 않은 이유다.
이 대통령은 지금부터 내치에 집중한다고 한다. 그가 기치로 내걸고 있는 ‘실용적 시장주의’가 본격 가동될 것이다. 국민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대목이다.
'실용적 시장주의'는 경제 성장과 국민 생활의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유연하고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 대통령은 경제 회복과 성장 촉진을 위해 비상 경제 점검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다. 재계와도 만났다. 매우 신속한 대응이다. 또 재정 정책 강화를 위해 추경예산 편성이나 세법 개정을 통해 경제 성장을 지원하는 재정 기반을 정비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추경을 경제 위기의 첫 출구로 삼는다.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분배와 복지 확대를 염두에 두고 있다. 경제 성장을 기반으로 소득 재분배와 복지 확대를 추구하는 정책이다. 이를 통해 국민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너지 정책 개혁도 새 정부의 핵심사안이다. 산업부와 환경부를 재편해 에너지와 기후 분야를 통합한 '기후 에너지부'를 신설한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차세대 원자로 개발도 포함된 민생과 관련해서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와 교통 인프라의 정비는 새 정부 임기 내내 챙겨야 할 일로 꼽고 있다.
이 대통령이 이번 G7회의 참석 때 비록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우리 국제 통상 정책의 중심인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최우선시 하고 있다. 이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경제 협력은 한국의 수출 시장을 확대하는 것으로 매우 절실한 사안으로 통상정책에서 중요도가 커졌다. 그러나 이는 외교적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에 신중한 대응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함께 과거 보수·진보 정권의 정책을 구분 없이 채택해 실용적 관점에서 국가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자세와 정치적 분단을 극복하고 국민의 통합을 기반으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목표도 주목된다.
한마디로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적 시장주의'는 경제 성장, 복지 확대, 에너지 개혁, 부동산 정책, 국제 통상 개선을 축으로 한 유연한 정책 접근 방식이다. 이 철학은 한국의 경제적·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용적 시장주의는 과거의 전통적인 시장주의와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용적 시장주의가 경제 위기 대응에 어떻게 기여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기업의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이는 기업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활력을 불어넣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경제 위기 속에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경제 회복을 도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
이에 대해 경제계의 평가와 기대하는 내용을 정리해 보자.
실용적 시장주의는 기업이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하도록 돕는다. 고객의 피드백과 시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더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시장 지향적인 기업은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환경적 요인도 고려하여 장기적인 성공을 도모할 수 있게 한다.’
사실 실용적 시장주의는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형태로 적용되고 있다.
독일의 사회적 시장 경제 모델은 실용적 시장주의와 유사한 개념으로, 시장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강조한다. 이 모델은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형평성을 조화롭게 결합하려는 노력을 포함하고 있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웨덴 등 여러 유럽 국가에서 이러한 접근 방식이 채택되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 한국,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국가의 강력한 개입과 시장의 자유를 조화시키는 경제 모델을 발전시켜 왔다. 특히 일본은 전통적인 아시아 가치와 현대적 실용주의를 결합하여 경제 성장을 이루어냈다. 한국은 재벌 중심의 경제 구조를 통해 실용적 시장주의 요소를 반영하고 있다.
중국은 1978년부터 시장 경제로의 전환을 시작하면서 실용적 접근을 채택했다. 정부는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경제를 통제하지만, 시장의 원리에 따라 가격을 설정하고 기업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렇듯 실용적 시장주의는 다양한 국가에서 경제 정책의 유연성을 강조하며, 각국의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형평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정부는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개입하여 형평성을 높이는 동시에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거나 공공 서비스를 확대하는 정책은 형평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적 시장주의는 꽤 기간에 걸쳐 준비되어 왔다. 이 대통령의 오랜 동지이자 정책멘토인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인수위 역할) 위원장은 이 대통령과 2인3각으로 많은 전문가들을 결집시켜 이 철학을 완성시켜 왔다. 대통령선거 직전에 나온 ‘잘사니즘, 포용적 혁신 성장’(2025.3.20.)은 그 완결점이다. 이전에는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2016.10.10.), ‘뉴 머니, 지역화폐가 온다’(2020.4.30.), ‘공정한 부동산, 지속가능한 도시’(2021.6.28.), ‘공정한 사회의 길을 묻다’(2021.6.28.), ’지속가능한 공정경제‘(2021.8.20.), ‘공정 사회를
만드는 새로운 복지’(2021.8.20.) 등이 있다.
이한주 위원장은 지난 8일 민생과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지목하며 "가장 빠른 처방은 소비"라고 말해 경기 대응의 속도감을 강조했다. 즉시 집행 가능한 민생경제 처방으로서 정부 재정을 통한 직접적 소비 유도가 최우선 정책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는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2차 추경과 맞닿아 있다. 9일 2차 비상경제대응TF 회의에서 추경의 구체적 윤곽을 논의했다.
당정은 추가경정예산 규모와 관련해 추경 규모가 35조원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제기해왔는데, 1·2차 추경을 합하면 그 규모에 근접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 정책협의회의에서 확인된 내용이다.
문제는 추경 35조원을 어떻게 조달하는가이다. 재원은 전통적으로 국채, 세계잉여금 등등이 있을 텐데 어느 부문을, 얼마나 동원할지가 괸심이다. 국채발행이 커지면 정부 부채가 늘어나고, 금리가 올라가 기업이나 개인의 차입과 상환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국민 설득이 긴요해진다.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는 첫 삽을 떴고 이어 실용적 시장주의가 시동을 걸고 있다. 이 대통령은 ‘총론은 부드럽고, 각론은 엄격하다’라는 평가가 있다. 이는 그가 디테일에 강하다는 얘기다. 지난 10년 가까이 준비해 온 실용적 시장주의를 이제 전 국민에 보여줄 때가 온 것이다. 실험이 아니라 경제위기의 실제상황이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가천대·호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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