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의달 칼럼] 트럼프 3연임 가능한가

  • 특별기획 미·중 무역 대전쟁 …송의달과 박승준의 용호상박(龍虎相搏)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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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의달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지난 14일 뉴욕과 LA,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50개 주 도시에선 2000여 건의 반(反)트럼프 시위가 열렸다. 40만명의 참가자들은 ‘노 킹스(No Kings·왕은 필요 없다)’ 구호를 내걸고 취임 후 5개월여 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일방통행식 행보를 규탄했다. 지난 4월 5일에는 인권 단체, 노동조합, 성소수자 권익 옹호 모임 등 150여 민간 단체 주도로 60만여 명이 ‘핸즈 오프(Hands Off·손을 떼라)’를 외치며 미국 전역에서 1400차례 시위와 행진을 벌였다.
 
그렇다고 트럼프의 위상이 흔들릴 것이라고 여기면 오판(誤判)이다. 올해 4월과 6월 시위에 참가한 인원은 미국 총인구(3억4000만명) 대비 0.3% 남짓하다. 트럼프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견고하다. 이달 16일 기준으로 트럼프의 직무 수행(job approval)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은 46.5%로 트럼프 1기 평균치(41.1%)를 5%포인트 이상 웃돌고 있다(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 집계).
 
이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좌파 미국인들이 트럼프를 ‘극혐(極嫌)’해도 공화당 등 우파가 트럼프를 열광적으로 지지하기 때문이다. 관세 충격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지난 4월 중·하순을 제외하면 트럼프의 직무 수행 지지율은 2기 집권 후 줄곧 45%를 상회한다. 특히 불법 이민자 단속에 대해서는 미국민 절반 이상이 찬성하고 있다.
 
반대로 민주당에 대한 호감도(평균 34%·5월 15일 RCP 기준)는 역대급으로 낮다. 지난 3월 7~11일 NBC방송 조사에서 민주당에 대한 호감도는 27%로 1990년 이후 35년 만에 최저(最低)를 기록했다. 같은 조사에서 비(非)호감도(55%)는 배 넘게 높았다. 민주당의 무기력한 모습에 대해 '로드킬(road kill) 당한 사슴 같은 당' '북극성을 잃고 표류' 같은 조롱이 쏟아지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서 ‘트럼프를 3선(選) 대통령으로’라는 주장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14일 79세 생일을 맞은 트럼프가 1기보다 더 높은 인기를 누리는 데다 지리멸렬한 민주당의 향후 전망까지 어두운 마당에 40대 초반~50대 풋내기 정치인보다 경험 많고 노련한 트럼프가 차라리 한 번 더 대통령을 맡는 게 낫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본인도 세 번째 대통령이 되는 것과 관련해 “여러 방법들이 있다. 농담이 아니다”고 했다(올해 3월 30일 NBC 방송 인터뷰). 그는 “다만 지금 그런 것을 생각하기엔 너무 이르다”면서도 “많은 사람이 나의 세 번째 대통령직 수행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에선 초대 조지 워싱턴 이래로 대통령은 ‘3선(選) 불가’라는 원칙이 확고하다.
 
249년 미합중국 역사를 통틀어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과 44년에 각각 3선·4선 대통령이 된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딱 한 번 예외였다. 네 번째 임기 초에 그가 사망하자 의회는 ‘대통령직 2회 초과 선출 금지’를 명문화한 수정헌법 22조를 제정했다. 이후 대통령 14명 모두에게 ‘최장 8년’이란 임기가 적용됐다. 이런 구조에서 트럼프가 3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2028년 11월 선거에 부통령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대통령 당선자가 사임하면 이를 승계하는 것이다.
 
문제는 ‘고령 위험’이다. 평생 금주·금연 등으로 동년배보다 건강한 트럼프도 내년에 80세가 된다. 지난 2월엔 손에 멍 자국이 포착돼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고 이달 8일엔 뉴저지주 모리스타운에서 전용기인 에어포스원 탑승 계단을 오르다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는 모습이 전 세계에 비쳐졌다.
 
트럼프는 지난달 4일 NBC방송 ‘밋 더 프레스(Meet The Press)’ 인터뷰에선 “내가 아는 한 (3선은) 허용되지 않는다. (집권 2기) 4년을 훌륭하게 보내고 이 자리를 훌륭한 공화당 후보에게 넘겨 정권을 이어가려 한다”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연방 상·하원 3분의 2 이상 찬성 등이 필요한 헌법 개정이 불가능한 만큼 현실을 인정하고 무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3선’을 자주 언급해 권력 누수를 막고 최대의 힘을 행사하려 한다고 분석한다.
 
향후 관심사는 트럼프의 후계자들에게로 쏠린다. 미국 언론과 트럼프 본인은 최선두 주자로 J D 밴스 부통령을, 두 번째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꼽는다. 트럼프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 론 디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도 후보군에 올라 있다. 이들은 모두 철저한 ‘MAGA’ 및 트럼피즘(Trumpism·트럼프 노선) 신봉자들이다.
 
따라서 트럼프가 두 번째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도 ‘MAGA’는 존속할 가능성이 높다. 2049년까지 미국을 제압해 세계 1위가 되겠다는 ‘중국의 꿈(中國夢)’이 계속되는 한 트럼피즘은 더 강해질 것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 전문가 모두 ‘달라진 미국’을 직시하면서 대응과 활용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외교학과 대학원,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 수료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연구원 ▷조선일보 홍콩특파원, 현 서울시립대 융합전공학부 초빙교수 ▷ 저서 <세계를 움직이는 미국의회> <미국을 로비하라>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혁명> <신의 개입: 도널드 트럼프 깊이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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