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의달 칼럼] 미·중 관세전쟁 미국의 득실

  • 특별기획 미·중 무역 대전쟁 …송의달과 박승준의 용호상박(龍虎相搏)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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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의달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스스로를 ‘관세 맨(tariff man)’이라 부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취임식(1월 20일) 이튿날부터 관세 전쟁을 시작했다. 중국에 10%,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씩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2월 1일 서명한 그는 쉴 새 없이 관세로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그가 10% 기본관세와 개별관세를 합한 상호관세 부과를 4월 2일에 발표한 직후, 이틀 동안 미국 증시에선 6조6000억 달러(약 9600조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미국 달러·국채 폭락 등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공포에 떠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은 양보 없이 팽팽한 기(氣) 싸움을 벌였다.
 
미국과 같은 관세율(34%)로 중국이 응수하자, 트럼프는 50%를 추가했다. 중국이 다시 84% 맞불을 놓자, 트럼프는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고 대중 관세만 125%로 높였다. 백악관은 “대중 관세율은 145%”라고 공식화했다. 이에 질세라 중국도 대미(對美) 관세율을 125%로 올렸다. 극한의 ‘벼랑끝 대결’을 벌이던 두 나라는 지난달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급 협상을 벌여 관세율을 115%씩 낮추고 90일 유예를 발표했다. 이달 9~10일엔 런던에서 2차 협상을 갖고 중국의 희토류 수출 허가와 중국 유학생의 미국 대학·대학원 입학 허용 등을 맞바꾸었다.
 
5개월에 걸친 ‘관세 전쟁 1라운드’에서 트럼프는 무역 적자 축소, 자국 및 외국 기업의 미국 내 공장 건설을 통한 제조업 부흥 등을 밀어붙이고 있다. 스스로 ‘계산한 도박’인 관세 전쟁을 통해 그는 세계 경제·무역 구조를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편하려 한다. 중국은 물론 일본 한국·독일 같은 동맹국들 때문에 미국 제조업이 궤멸 위기에 처한 데다 제조업 일자리마저 사라진 탓이다. 따라서 트럼프는 “관세 전쟁이 미국에 자해(自害) 행위가 될 것”이라는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글로벌 새 판짜기를 통한 ‘미국의 황금시대’ 건설에 매진하고 있다.
 
반(反)트럼프 성향 미국 주류 언론들은 “중국과의 관세 전쟁에서 트럼프가 패하고 있다”고 진단하지만, 이달 들어 그의 승리를 입증하는 지표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달 5일 미국 상무부는 “올해 4월 미국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616억 달러(약 83조6000억원)로 전월 대비 55.5% 감소해 1년 7개월 만에 가장 작았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에 앞서 벌어졌던 ‘사재기’ 붐이 끝나면서 수입이 16% 넘게 감소한 결과다. 미국 노동부가 이달 11일 공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5월 대비 2.4% 상승에 그쳐 전망치(2.5%)를 밑돌았다. 무역 적자 감소와 물가 관리에 성공함으로써 트럼프는 관세 전쟁 2라운드를 이어갈 ‘발판’을 마련했다.
 
관세 전쟁의 최대 표적인 중국이 타격받는 것도 큰 성과다. 중국 해관총서는 이달 10일 “올해 5월 중국의 총수출은 작년 같은 달 대비 4.8% 증가했으나 대미 수출은 34.5% 줄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중 관세가 지난달 30%로 낮아졌는데도, 대미 수출이 크게 감소한 것은 트럼프의 공격이 적중했다는 방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대중 관세가 30% 수준으로 유지되면 중국의 대미 수출이 절반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총무역 흑자의 30%를 올려온 ‘알토란’ 같은 미국 시장에서 중국의 대미 무역 축소는 그렇잖아도 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의 늪에 빠져있는 중국 경제를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넣고 있다. 중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0.1%)와 생산자물가지수(PPI·-3.3%)는 각각 4개월 연속, 32개월 연속 하락(전년 동월 대비)해 경제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의 이번 관세 공격은 과거와 달리 비대칭적 조치가 돋보였다. 베트남·캄보디아·태국 같은 중국의 우회 수출국에 43~49%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800달러(약 112만원) 미만 상품에 대한 ‘소액 면세 제도’ 폐지는 미국만 취할 수 있는 정책이다. 작년 한해 미국에 수입된 중국·홍콩발(發) 소액 면세품은 8억여 개 400억 달러에 육박했다. 이들에 대해 미국이 지난달 12일부터 54% 관세를 부과하면서, 알리·테무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에 면세품을 납품하던 풀뿌리 중국 중소 기업과 1000만명 넘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재앙적 타격을 입고 있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는 지난달 12일 시진핑과 ‘휴전’을 맺으며 중국에 ‘숨통’을 열어주었다. “이상할 정도로 친절한” 이 결정은 중국 제품 수입이 끊어지면 미국 내 점포 매장이 텅 비어 경제난이 벌어지고, 중국의 희토류 수출 금지 장기화 시 미국 제조업이 멈춰설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자동차·첨단 무기·가전 제품에 꼭 필요한 희토류 분야에서 중국은 세계 수출 시장의 70%, 정제 시장의 85%를 장악한 최대 강국이다. 3년쯤 후 희토류 독립이 가능한 미국에게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끔찍한 무기이다. 중국은 최근 런던 협상에서도 “희토류를 6개월 한시적으로만 공급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관세 전쟁 1라운드에서 상호 공격의 위력과 약점을 확인한 트럼프와 시진핑은 자국 경제 혼란과 파탄을 막기 위해 ‘90일 휴전’에 합의했다. 이는 <손자병법(孫子兵法)>이 권하는 우직지계(迂直之計·우회해서 승리하는 길을 만듦·군쟁편)에 해당한다. 동시에 상대 격퇴보다 국가 보전을 우선시한 고육책(苦肉策)으로 두 지도자의 리더십 유지에 도움되는 ‘윈·윈(win-win) 결단’이었다. 미·중 대결은 5개월 만에 끝날 단기전이 아니라 적어도 10~20년에 걸친 마라톤 승부이다. ‘관세 전쟁’도 아직 초반전 단계에 있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외교학과 대학원,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 수료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연구원 △조선일보 홍콩특파원, 현 서울시립대 융합전공학부 초빙교수 △ 저서 : <세계를 움직이는 미국의회>, <미국을 로비하라>,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혁명>, <신의 개입: 도널드 트럼프 깊이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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